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 "제값 받기 힘든 시기에"
사모펀드에 이어 국내 자산운용사가 KT&G에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삼공사 매출이 타격을 입었고, 굳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상장 추진 요구를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싱가포르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홈페이지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KT&G에 인삼공사의 분리 상장,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잉여현금 주주환원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한 데 이어 최근 안다자산운용이 KT&G에 인삼공사를 인적 분할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KT&G의 100% 자회사인 인삼공사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삼공사의 분리 상장 필요성을 피력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주가 수준은 200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07년보다 약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현재 KT&G의 시가총액에 인삼공사의 지분 가치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인삼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상장하고 인삼 제품의 이미지를 '몬스터 에너지'나 '레드불' 처럼 바꾸면 외연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70조원에 달하는 에너지드링크 시장에 진출한다면 인삼공사 단독으로 2027년까지 매출 5조원에 기업가치 18조원 정도의 회사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인삼공사 분리 상장이 오히려 KT&G의 기업가치를 저해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글로벌 담배 업체들보다 KT&G 주가는 저평가 상태가 맞다"면서도 "2019년 말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펀드가 담배 회사 투자를 기피하면서 KT&G의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했고 KT&G가 비담배 매출 비중을 키우는 전략으로 대응했는데 이 상황에서 반대로 인삼공사를 떼어내면 담배 사업 비중이 훨씬 높아져 ESG 투자자들이 더 이탈하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코로나19 타격으로 인삼공사의 매출이 2019년을 정점으로 한 뒤 감소했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아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시기에 분리 상장을 하는 것이 회사에 유리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삼공사 회사 매출 추이와 주식 시장 상황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시점에 분리 상장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논란으로 관심을 끌어 KT&G의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FCP는 현 체제에서 지난 3월 임명된 KT&G 출신 허철호 인삼공사 대표도 문제 삼았지만 이 역시 논리적 근거가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칼라일 한국대표로 부임한 뒤 싱가포르에서 FCP를 설립한 이상현 FCP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담배회사 영업본부장보다는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경영인이 인삼공사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대표는 인삼공사 경영혁신TFT(태스크포스팀)팀장과 중국사업실장을 지내는 등 기획과 마케팅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인삼 시장에 관한 한 외부의 어떤 경영인들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KT&G 관계자는 "허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은 항상 주주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견 제시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주주 의견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인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KT&G 주가는 9만4500원으로 마감해 사모펀드의 인삼공사 분리 상장 제안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25일 종가 8만9400원 대비 5.7% 올랐다. 이는 지난해 말 7만9000원보다 19.6%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2.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담배는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이고 KT&G는 수출이 많아 달러 강세 수혜주인 데다 배당 수익률도 5~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주주제안이 투자심리에 일부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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