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겨울 월드컵, 선수 부상과 혹사는 예견된 것이었을까

이두리 기자 2022. 11.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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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지난 2일 마르세유와의 경기 도중 얼굴을 크게 다쳐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선수들에게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겨울 월드컵은 신선할 것이다. 모두가 합심하면 단 한 번의 겨울 월드컵을 모두가 만족하도록 치러낼 수 있다.”

짐 보이스 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지난 2015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하기로 한 직후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 계획이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일반적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여름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자국 기후에 대비해 “태양열 발전과 냉각기술 등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경기장을 만들 것”이라며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폭염이 선수와 관중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FIFA는 결국 2022 월드컵을 11월에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줄곧 여름인 6~7월에 치러졌던 월드컵이 겨울에 열리는 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최초다.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이 다수 속해 있는 유럽 빅리그는 대부분 8월에 개막해 이듬해 5월에 마무리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이 모두 이러한 일정을 따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이러한 굵직한 리그의 휴식기인 6월~7월에 치러졌다. 리그에서의 한 시즌을 마무리한 선수들이 월드컵에 출전한 뒤 다시 다음 시즌 리그 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이례적으로 11월에 개막하면서, 시즌 도중에 월드컵을 치르게 된 각 리그는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월드컵 기간에 리그 휴식기를 끼워 넣긴 했지만, 선수들은 불가피하게 리그 일정과 월드컵 준비를 병행해야 했다.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꿈의 무대’이지만, 그렇다고 리그 경기의 중요도가 낮은 건 아니다. 프로축구팀 감독들 역시 월드컵을 핑계로 리그 경기에 힘을 뺄 순 없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있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이 팀을 위해 100%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이번 겨울 월드컵이 중요한 경험이 돼야 한다. 이번에 한 번 해봤으니, 이제는 과거처럼 (여름에 월드컵을) 하자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 상황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라며 겨울 월드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둥인 손흥민(30·토트넘)은 지난 2일 마르세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왼쪽 눈 주위 골절 부상을 입어 이번 주 수술을 받는다. 수술 경과에 따라 월드컵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7월부터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13경기, 챔피언스리그 6경기를 뛰었다. 초유의 겨울 월드컵을 대비해 숨 가쁘게 이어지는 경기 속에서, 선수들의 부상과 혹사는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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