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우리는 구조대입니다”···봉화 광산 매몰사고 9일째 ‘구조 속도’

김현수 기자 2022. 11. 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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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기 2대 노동자 고립 추정 공간 도달
밤부터 막힌 30m 구간 파쇄작업 예정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오전 구조 관계자들이 갱도 내부를 내시경과 마이크 장비 등을 활용해 고립된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구조당국은 시추기(천공기) 9대 중 2대가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했지만 이들의 생존여부 파악에는 실패했다. 김현수 기자

“박○○씨, 우리는 구조대입니다. 불빛이 보이시면 말씀하시거나 돌로 관을 두드려 주세요.”

3일 오전 9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 시추작업 현장에는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이 지름 76㎜ 작은 관을 통해 지하 170m 깊이까지 흘러 들어갔다.

“….”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이 어둡고 깊은 지하에 닿았지만 생사를 다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 외침은 76㎜ 작은 관을 통과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미음을 내려보낼 겁니다. 천천히 드시고 힘내십시오. 5분 뒤에 야광등을 넣어드릴 겁니다.” 구조대는 다시 한번 외쳤다. 76㎜ 좁은 관은 마실 수 있는 포도당과 종합진통제, 해열제, 간이 보온덮개 등을 지하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은 이날 30분째 이어졌다. 하지만 생존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애끓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2수갱(수직갱도). 구조당국은 광산의 제2수갱의 암석을 제거하며 사고지점인 제1수갱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종된 노동자는 제1수갱 지하 170m 지점에 6일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9일째인 이날 시추기(천공기) 9대 중 2대가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했지만 이들의 생존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1 수직갱도 지하 170m 지점에는 노동자 A씨(62)와 B씨(56)가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시경으로 갱도 안을 확인한 결과 충분한 공간과 바닥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며 “다만 수직 170m 지점까지 내려간 상황이라서 (시추지점을 기준으로) 회전 방향만 살펴보는 정도다. 주변 10m 정도 관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립된 노동자는 150m 길이의 갱도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나머지 7대 시추기로 노동자의 생존 여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1대 시추기가 지하 163m 지점까지 내려갔다.

지지부진했던 구조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봉화소방서는 이날 오전 3시 기준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에서 구조 작업에 필수적인 광차 운행을 위한 265m 중 245m에 진입로 설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남은 20m는 사람이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광차 운행에 필요한 레일도 깔려있다.

광차는 파쇄한 암석을 지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오늘 밤부터는 남은 20m 지점 작업을 완료하고, 암석으로 가로막힌 30m 구간을 파쇄하는 구조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9일째인 3일 오전 9시쯤 구조 관계자들이 갱도 내부를 내시경과 마이크 장비 등을 활용해 고립된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구조당국은 시추기(천공기) 9대 중 2대가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했지만 생존여부 파악에는 실패했다. 김현수 기자

당국의 계획대로라면 이날 밤부터는 고립 노동자들과 구조대 사이에 불과 30m 길이의 암석만 남게 된다.

구조 작업에 속도가 붙은 것은 그동안 막혔을 거라고 여겼던 ‘상단갱도’가 뚫린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갱도는 폐쇄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람이 걸어 들어갈 만큼 상태가 좋다.

구조당국은 당초 구조 진입로였던 하단갱도에서 상단갱도를 이용해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단갱도는 예상보다 단단한 암반에 가로막혀 있어 작업에 오랜 시간이 예상돼서다. 당국은 상단갱도를 우회해 하단갱도에 고립된 노동자를 구출한다는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암석이 가로막은 30m 지점에 도착하면 음향탐지기 등을 사용해서 다시 한번 노동자들의 생존을 확인할 방침”이라며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 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와 B씨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경북 봉화군 한 아연채굴 광산 제2수직갱도에 지난 1일 오전 출입통제 선이 설치돼 있다. 이 곳에는 2명의 노동자가 지하 170m 아래 9일째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지난달 27일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과 관련해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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