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눈물의 추모…이태원역 1번출구, 쌓여가는 국화들

김형환 2022. 11. 3. 1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길선(65)씨는 "나이가 많은 어른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더라"며 "그래서 자원봉사라도 나와 이들에 대한 나름의 추모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압사 참사 현장 인근, 추모발길 이어져
“안전한 대한민국 기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외국인 희생자들 사진 놓여
사고현장은 아직 통제…가게들 문닫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제가 뭐라도 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에 있었다. 이씨는 참사가 발생하기 약 30분전 쯤 ‘사람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는 친구 말에 집에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왠지 모를 자책감이 든다”던 이씨는 국화를 내려놓은 후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공간에 3일 한 시민이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엿새째인 3일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국화와 술·음료·간식·담배 등으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시민들이 직접 쓴 편지와 포스트잇이 가득 붙혀져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외국인 희생자도 26명 발생한 만큼 이들을 추모하는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으로 쓰인 편지와 포스트잇도 다수 볼 수 있었다.

출근길에 추모공간에 들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자신이 준비해 온 편지를 국화 위에 놓은 뒤 잠시 묵념을 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틀째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는 고모(31)씨는 “평소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와 이곳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며 “몇 년 전 이태원에서 살아서 그런지 남 일 같지 않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눈물을 보이는 시민도 여럿이었다. 희생자들의 사진이 놓인 곳에 무릎을 꿇고 명복을 빌어주던 노화자(7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던 젊은이들이 오랜만에 자유를 누리러 나왔을텐데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며 “세월호 때도 그렇고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이렇게 사라졌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공간에 있는 한 포스트잇에는 ‘차가운 바닥에서 힘들었을텐데, 그저 즐거운 하루 보내고 싶었을텐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적혀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이 추모공간은 현재 5~6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들은 쏟아진 음료와 술을 닦아내고 떨어진 포스트잇을 벽면에 붙였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길선(65)씨는 “나이가 많은 어른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더라”며 “그래서 자원봉사라도 나와 이들에 대한 나름의 추모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현장은 여전히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골목 양 옆으로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는 그날 그대로였다. 주변 가게들은 가게를 열지 않은 채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게 앞을 청소하던 상인 A씨는 “청년들이 이렇게 많이 죽었는데 어떻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장사를 하겠냐”며 “손해를 보더라도 이게 맞은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