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p로 벌어져… 깊어지는 한은 딜레마

유소연 기자 2022. 11. 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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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오는 24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4%가 되면서, 지난 10월 한은의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0.25%포인트까지 좁혀졌던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공격적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줄이려면 이달 말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빅 스텝’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자금시장 경색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고 한은도 일부 지원을 하게 되면서 한은으로선 ‘빅 스텝’이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고 한은이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하자니 한·미 금리 역전을 방치하게 된다.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만약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을 밟고 미국은 12월 ‘자이언트 스텝’으로 공격적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면 양국 금리 격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11월 한은이 ‘빅 스텝’을 선택하고 미국이 감속해 12월 ‘빅 스텝’을 선택하더라도 금리 차이는 1%포인트를 지속한 채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이미 10월 금통위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에 ‘빅 스텝’에 반대한 소수 의견이 2명(주상영·신성환) 나왔다. 의장인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은 6명인데, 만약 금통위원 의견이 ‘빅 스텝’과 ‘베이비 스텝’으로 반씩 갈리면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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