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뉴 삼성號’...책임경영·기업가치 향상 시급하다” [뉴삼성, 이재용 회장 시대〈하〉 삼성이 가야할 길, 전문가 제언]

2022. 11. 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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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투자·수평적 조직 강화 과제로
①책임경영 강화·컨트롤타워 재건
②차량용 반도체 투자 등 기술 초격차
③창의적이고 개방적 조직문화 혁신
④기업가치 개선 통한 주주가치 향상
⑤중장기 성장동력 발굴 위한 M&A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8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2라인을 찾아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점심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으로 ‘뉴 삼성호(號)’가 닻을 올린 가운데 수익성 악화, 시가총액 감소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우선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삼성이 초격차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선행 투자를 확대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3일 헤럴드경제가 ▷책임경영 ▷기술초격차 ▷조직문화 혁신 ▷주주가치 향상 ▷신사업 발굴 등의 분야로 나눠 각계 의견을 취합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이를 받쳐줄 핵심 조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등기이사로는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위한 한계가 있는 탓에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서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의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도 재건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전 세계 시가총액 15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가 1년 새 22위로 떨어지는 등 기업가치가 감소했다”며 “실적 개선, 기업가치 향상 등 회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 회장이 앞장서고 컨트롤타워 재건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삼성은 소유에 의한 지배구조 문제보다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삼성의 미래전략실에는 현재의 글로벌 삼성을 이끈 훌륭한 경영진이 많았는데 미래전략실 해체로 단번에 이들이 경영에서 물러났다”고 현 삼성의 개선점을 진단했다.

특히 아직 이 회장이 비등기이사인 점이 경영 전반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등기이사 선임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랩 센터장은 “이 회장이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는데 현재 등기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비등기이사 상태에서 회사와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사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돼 책임경영을 실현해야 한다”며 “이사회는 상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가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는 데 이어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행투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이 가장 선두주자이지만, 최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기술추격도 만만치 않다”며 “삼성이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우수한 인력확보,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만으론 시스템반도체 1위인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며 “파운드리는 물론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된 시스템LSI 등에 대한 집중적인 선행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7년 파운드리 선단공정 생산능력(캐파)을 현재의 3배로 늘리고 모바일 비중은 50%를 넘기지 않겠다고 했는데, 급격히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AP바탕의 자율주행 칩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회장이 수직적 조직문화가 아닌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묵 교수는 “‘관리의 삼성’이라 불리던 때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야 하니 위계적인 문화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젊은 세대를 보면 과거의 문화는 맞지 않는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창의성이 더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시장과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이 되기 위해서는 수평적이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나아가 삼성전자 중심의 경영이 아닌 계열사의 자발적 협력과 경영이 이뤄질 때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도 지속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정기 분기배당은 물론 잔여 재원을 통한 특별배당을 지급하는 등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2023년까지 정기배당 규모를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상향하는 한편 매년 잉여현금흐름의 50% 내에서 정기배당을 초과하는 잔여 재원 또한 조기 환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에 나섰고 이는 기업가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앞으로도 이익 증가를 통한 배당 성향 향상 등 주주환원을 위한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장의 기업가치 개선을 넘어 중장기 관점을 갖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해달라는 조언도 제기됐다. 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이사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계속해서 목표를 수정,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신기술을 자체적으로 모두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 파트너십으로 시야를 넓히고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불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미·김지헌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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