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악화되는 지금 종전 위해 美·서방 나서야" NYT

강영진 2022. 11. 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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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전략적 중요하나 美 핵심 이익 아냐
장기화로 경제난 악화해 서구 민주주의 위협
이미 패배한 푸틴 완전히 굴복시키는 건 도박

[암브로시이우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암브로시이우카에서 포로 교환 협정에 따라 석방된 한 군인이 어머니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9일 양측 포로 교환 협상에 따라 각 52명씩 총 102명의 포로를 교환했다. 2022.11.0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가 됐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미 조지타운대 국제관계 교수 겸 외교위원회 선임 연구원인 찰스 컵찬 박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위험할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승기를 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완전히 축출하려 들고 러시아는 병력을 보충하면서 도시와 기반 시설을 폭격하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은 "언제까지든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간 충돌로 전쟁이 확산할 위험이 하루하루 커지고 있으며 전쟁이 걸어져 서방의 경기 침체가 악화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제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전략 목표 설정에 개입해 전쟁을 관리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서방은 개입 수준을 적절히 조절해왔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방어가 전략적으로 우선되지만 미국의 핵심 이익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을 주도하면서도 직접 개입하지 않은 이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전쟁 목표와 군사 전략을 세우도록 방치해왔다.

그러나 전쟁이 악화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맞춰 개입 수준을 조절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에 맞서는 것은 정당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격화하도록 방치하는 건 전략적으로 현명치 못하다.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을 막으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계획을 더 분명히 알고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푸틴을 자극해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8월 모스크바의 다리아 두기나 암살사건, 10월 케르치대교 폭파, 러시아내 군 집결지 벨고로트 공격과 지난 주말의 세바스토폴항 흑해 함대 공격이 그것이다.

미국은 두기나 암살과 케르치대교 폭파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케르치 대교가 군사적으로는 합당한 목표일 지라도 푸틴에게는 상징성이 크다. 케르치 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 도심과 에너지 및 상수도 시설을 집중공격하고 있다.

장거리 무기 공급을 하지 않아온 미국은 벨고로트에 대한 공격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또 세바스토폴항 공격으로 푸틴이 곡물수출 유엔합의를 유예한 것도 세계 식량난 가중을 위협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와 지키도록 한 것은 옳은 일이며 계속해야 하지만 러시아와 전쟁하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를 취해온 것도 옳은 일이다. 전쟁이 악화하는 지금 미국과 나토가 이 신중함을 유지하려면 우크라이나의 작전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목표를 어디까지 두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낼 생각이다. 그는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러시아와 협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옳지만 신중하다고는 할 수 없다. 푸틴은 물러서기는커녕 갈수록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 지난 9월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선언하면서 현지 주민들은 "영원히 러시아 시민"이라고 선언했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미래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고 있다. 푸틴은 갈수록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스스로를 궁지로 몰고 있다. 이에 따라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커진다. 푸틴이 핵을 사용하면 나토의 직접 개입이 불가피해지면 핵전쟁 위험도 커진다.

우크라이나의 방어가 미국의 핵심 이익이 아니라면 돈바스와 크름 전체를 우크라이나가 수복하도록 해 세계대전 발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 푸틴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건 불필요한 도박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쟁 장기화가 서방 민주주의 및 연대에 가하는 위협도 우려할 필요가 있다. 냉전은 서방이 크게 번성하고 이델올로기적으로 든든할 때 벌어졌다.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치적 양극화, 경제적 압박, 극단적 이데올로기와 싸우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 경쟁하는 것 이외에도 서방 각국은 국내적 반진보 포퓰리즘과 분열된 유권자들의 분노노 위기에 처해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도 약해질 것이다. 유럽은 고에너지가에 시달리면서 겨울에 진입하게 된다. 또 러시아를 지지하는 극우 정당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도가 집권한 독일과 프랑스에서조차 고물가, 고에너지가에 시달리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항의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대서양 양안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지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서방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두가지 전제에 입각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첫째,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 러시아가 1600km를 접경한 나라에 강력한 서방 군사력이 접목되는 걸 반대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은 지속해도 되지만 1991년 소련 연방 탈퇴시 약속한 중립국 지위는 유지해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전제로한 휴전을 언급했었다.

둘째, 어려운 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영토 경계 설정에 합의해야 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경계까지 러시아가 물러나는 것이 합리적이다.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양국은 타협해야 한다. 러시아는 최근 합병한 지역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와 돈바스 전역의 수복을 포기해야 한다.

협상이 쉽게 타결되긴 어렵겠지만 협상 시작만으로 살인과 파괴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 세계 경제 피해,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떠맡았다. 미국의 핵심 이익이 아닌데 전략적으로 몰입한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3차 세계대전과 서구 민주주의 파멸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진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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