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대혼란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 왜 불거졌나

이상훈, 김성우 2022. 11.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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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쇼] 김진태 강원지사발 나비효과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5월 춘천 레고랜드가 개장했다. 2011년 사업을 추진한 이후 11년 만에 기공식만 3차례가 열리고 개장 시기는 일곱 번이나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개장했다. 그러나 정식 개장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레고랜드와 관련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나비효과가 태풍으로 번진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의 진행 과정을 짚어봤다.
1. 11년 전 시작된 레고랜드 사업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춘천시 의암호에 건설하기로 한 레고랜드는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로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과 59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강원도는 2012년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을 설립하고 2013년에는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본협약을 맺으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2014년 레고랜드 건설 예정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발견되며 사업은 난관에 부딪힌다. 2015년에는 엘엘개발 총괄개발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레고랜드 개발은 답보 상태에 놓인다.

2018년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레고랜드 개발과 투자를 맡고 엘엘개발은 주변 부지 매각과 기반공사를 담당하는 내용의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며 전환점이 마련된다. 문화재청은 2017년 10월 유적 보존과 전시관 조성 등을 내세워 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엘엘개발은 2019년 회사명을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래고랜드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2020년, GJC는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한다. ABCP는 부동산,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만기가 짧고 일반 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아 건설업계에서 자주 이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해당 ABCP는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지급을 보증하며 최고 수준의 A1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자금을 확보한 이후 레고랜드 개발은 꾸준히 진행됐고 올해 5월 개장했다.

2. “회생신청” 발언에 대혼란

2050억원의 상환일인 9월 29일을 하루 앞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의 빚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GJC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지급을 보증한 빚을 사실상 갚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용등급은 A1에서 D로 강등됐고 결국 2050억원의 ABCP는 10월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한 ABCP가 지급 불능에 빠진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서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며 “채무 불이행은 선언한 적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보증한 신용도 높은 채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시장에는 후폭풍이 닥쳤다. 지자체가 지급을 보증한 채권까지 부도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보증 등은 더욱 믿을 수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50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등의 정책으로 자금 경색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약속한다”며 레고랜드 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레고랜드 쇼크 사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 지사는 당초 28일 새벽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리는 등 레고랜드 사태를 둘러싼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2022.10.27 [박형기기자]
강원도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12월 15일까지 2050억원의 채무를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 지사는 “2차 추경을 취임 이후 하지 않고 아껴둔 예산이 있다”며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와 조금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한파는 현재진행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10월 장내외 채권거래금액은 354조원으로 9월과 비교해 약 80조원 감소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3. “경알못 지사” “전임자 책임도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 경제참사 김진태 사태 자금시장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0.26 현장풀 한주형기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레고랜드 사태를 ‘김진태발 경제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7일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에서 “살얼음판 같은 위기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헛발질로 살얼음이 깨졌다”며 “정부에서 4주 가까이 이를 방치해서 위기가 현실이 되어버리도록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 출신 ‘경알못’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헛발질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며 “하루빨리 무능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김 지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문순 강원도정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가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지사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레고랜드를 추진해왔던 민주당 출신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7 [국회사진기자단]
최 전 지사는 25일 MBC 라디오에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정치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국가라는 것이 최후로 신용을 지키는 보루인데 그것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24일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많은 빚을 남겨놨는데 가만있기만 하면 전임도정이 빚을 갚아주냐”며 최 전 지사의 책임을 부각했다.

김성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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