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땅꺼짐, 인근 건설현장 시공 불량 때문
기사내용 요약
가설 흙막이벽체 틈새 생겨 지하수·토사 유입
무너진 편의점에 대한 안전성 검토도 누락
시공 미흡 알고도 국부 보강 '땜질 대처'만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등 엄중 처분 요청
해안가 뿐 아니라 전반적 지하 안전 관리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난 8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는 가설 흙막이벽체 차수 작업에 대한 시공사의 시공 미흡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에 시공사에 대한 영업정지 4개월 등의 처분을 요청하고, 지하안전 전반을 개선하는 과제를 마련했다.
3일 국토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3일 발생한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편의점이 붕괴했다.
부실시공 알았는데도 땜질식 처방
시공사 등은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가설 흙막이벽체에 작은 틈새가 발생해 주변 지하수와 토사가 일부 유입되는 등 시공 불량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사조위 조사의 결론이다.
시공사는 시공 불량을 인지했음에도 국부적 보강만 진행하는 등 땜질식으로 대처했고, 이후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한 단기·집중 공사로 흙막이벽체와 주변 지반이 추가 악화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지하안전평가 수행업체가 주변 편의점 건물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누락하는 등 사고 예방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 20m 이상을 굴착공사하는 현장은 매월 현장 안전 확보 여부 등을 인허가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설계 변경 정보와 소규모 지반침하 사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인근 현장 안전 확보…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이에 따라 국토부는 토질·기초분야 외부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사고 우려를 모두 해소한 후 공사를 재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사 재개 시 손상된 가설 흙막이벽체가 지탱될 수 있도록 바닥판의 강도를 충분히 확보해 시공하도록 하고 양양군을 통해 관리할 방침이다.
동일한 해안가 연약지반에 유사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 10곳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는 만큼 인근 현장 안전도 확보한다. 국토부는 양양군을 통해 인근 지하개발 공사의 설계 도면과 지하안전평가서 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흙막이벽·차수 공법의 취약사항을 보완하도록 한다. 또 인근 전 현장에 대해 이달을 시작으로 매 분기마다 원주국토청, 양양군 등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시공사 등의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한다. 시공사와 지하안전평가업체는 각각 영업정지 4개월과 3개월, 감리사는 2년 이하 업무정지, 건설기술은 소속에 따라 벌점 3~9점 등이다.
연약지반 포함 지하 안전 전반 개선
우선 연약지반 기준을 법령에 마련하고, 안전관리 기준을 상향해 시공사 등이 강성과 차수성이 큰 공법을 사용하도록 지하안전 제도를 개선한다. 스마트 계측관리·지하공간통합지도 등 첨단 지하안전 기술의 개발과 활용 확대를 유도하고 지하안전 관련 기업 역량과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긴급안전조치 명령 권한을 부여하는 등 공공의 지하안전 관리체계도 개선한다.
연약지반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하안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국가 전문기관의 긴급 지반탐사 확대를 추진한다. 지반침하 우려 시 기초자치단체가 지반침하위험도평가를 수행하고 원인유발자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기존 도로법상 도로만 대상인 지하안전 점검을 상가, 주거지 등과 인접한 '도시계획 도로'까지 확대한다.
이승호 사조위 위원장(상지대 교수)은 "이번 조사 결과는 2개월 이상 면밀하게 사고 원인 분석을 진행한 결과"라며 "전국 연약지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지반침하 사고는 불시에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생활 밀접형 재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연약지반을 포함해 전국의 지하안전관리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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