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주전은 전쟁터 방불케 하더니”… 지방서 몸사리기 시작한 대형건설사들

조은임 기자 2022. 11.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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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맞붙은 울산B04구역 재개발 또 유찰
PF 부실에 대형사들도 미분양 리스크 민감해져
서울 한남2 막판까지 롯데·대우건설 경쟁 치열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올해 지방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도 포기한 것이다. 이곳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5년 만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두 건설사는 ‘미분양 리스크’를 의식해 최종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로 예정됐던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입찰이 유찰로 마무리됐다. 하루 전인 1일 오후 6시였던 시공사 입찰 보증금 마감 기한까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입찰 보증금 현금 300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결정됐다. 이 사업장은 지난 8월 열린 1차 입찰에서도 무응찰로 유찰됐다.

울산 중구 B-04재개발 사업지 전경./현대건설 제공

업계에서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면대결을 펼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터라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건설사는 모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최근 부동산 시황 악화로 분양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으며, PF 대출 제한 등 금융시장 또한 매우 불안정한 환경으로 급변했다”면서 “제반 리스크를 재점검한 후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옳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현대건설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 PF 문제, 미분양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지금 입찰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면서 “추후 상황에 따라 입찰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울산의 ‘미분양 리스크’가 두 건설사의 막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B04 재개발 사업은 총 4080가구(임대 206가구) 중 283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와 미분양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는 사업장이다. 9월 기준 울산 미분양 가구 수는 1426가구로, 한 달 만에 651가구가 증가해 2016년 5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는 청약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지난달 말 분양에 나선 남구의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의 경우 총 402가구에 청약건수가 72건에 그쳐 청약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일부 분양권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까지 붙었다. 내년 5월 입주예정인 울산 동구 지웰시티는 84㎡ 분양권 평균 매매가격이 5억40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4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두 건설사 모두 울산의 미분양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면서 “PF 문제를 비롯해 사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가운데 미분양이 심한 지방에서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대형 재개발 수주전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오는 5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막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두 건설사는 한남2구역에 적용할 금융혜택과 설계에 있어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두 곳 모두 이주비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40~150% 수준으로 책정했으며, 분담금 상환기간을 롯데건설은 입주 후 4년이내, 대우는 2년 이내로 잡았다.

설계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설계사들과 손을 잡았다. 롯데건설은 힐튼, 메리어트 등을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 ‘HBA’, 스타 건축가 최시영 씨 등에 설계를 맡겼고, 대우건설은 조경은 크리스 리드 하버드대 교수가 이끄는 ‘STOSS’ 그룹, 아파트 외관설계는 해외 설계사인 저디(JERDE)에게 맡기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호텔급 설계·마감재, 대우건설은 차별화된 조경설계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9일 열린 시공사 1차 합동설명회에서는 행사 시작 전 두 회사에서 고용한 OS(Outsourcing)요원들이 충돌한 데 이어 설명회에는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시공사 선정 부재자 투표가 있었던 2일에는 대우건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조합 사무실을 드나들었다는 것이 문제가 돼 투표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리인상기를 맞아 부동산 시장 침체한 가운데에도 분양의 성공이 보장된 서울 일대와 그외 지방의 온도차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메이저 건설사이지만 지금은 무조건 사업을 확대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정비사업을 수주하면 신용공여, 지급보증 등으로 신용보강을 하는데 그럼 부동산 PF 금액이 커지게 돼 안정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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