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양양 낙산해변 땅꺼짐 사고 원인, 시공사 부실 시공"
흙막이벽체·차수 부실 시공에 토사·지하수 유입
땜질식 보강으로 주변 지반 악화돼 사고 발생
인근 편의점 안전성 검토·사고 보고 누락
서울시에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처분 요청
지난 8월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해당 현장 내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의 시공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일 강원 양양군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3일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 현장에서 깊이 5m, 면적 96㎡의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근 편의점이 붕괴되는 등 재산 피해가 있었다.
사조위는 당시 사고 원인으로 시공사의 시공 품질 미흡, 사고 예방체계 미작동 등 관리 부실을 지목했다. 사고 현장 일대는 해안가의 느슨한 모래 지반으로, 토사가 유실되기 쉽고 바다 영향으로 지하수 유동량이 많은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내륙보다 높은 수준의 시공 품질·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반면 시공사 등은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반(흙)이 현장으로 유입되거나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설 흙막이벽체’를 형성할 때 시멘트와 골재가 섞이지 않고 굳어버리는 ‘재료분리’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는 차수 시공도 부실한 탓에 벽체에서 발생한 틈새 사이로 주변 지하수와 토사가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소규모 지반침하가 수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시공사는 이러한 시공 불량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땜질식 보강으로 대처했다. 특히 공사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단기간 집중적인 공사가 진행되면서 흙막이벽체와 주변 지반이 추가로 악화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사고 예방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안전평가 수행업체는 주변 편의점 건물 안전성 검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는 공사 과정에서 설계변경 정보와 소규모 지반침하 사고 사실도 인허가청 등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아울러 시공사가 설치하는 현장 계측기(경사계·지하수위계 등)도 대부분 손실 또는 망실돼 사고 예방 조치가 적절한 시기에 수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토부는 사조위에서 제시한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 방안을 토대로 지하 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사고 이후 중단된 공사는 외부 전문가의 추가적인 전수 조사로 누수 여부를 확인해 사고 우려를 모두 해소한 뒤 재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흙막이벽과 차수 공법의 취약 사항을 보완하고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 모든 현장에 대해 11월을 시작으로 매 분기마다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시공사의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른 엄중한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할 예정이다. 시공사에 대한 처분기관인 서울시청에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영업정지 4개월 처분을 요청하기로 했다. 감리사와 지하안전평가 업체 대상으로는 2년 이하 업무 정지,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각각 요청한다.
국토부는 또 해안가 등 연약지반 지하개발 공사의 안전 강화를 위해 연약지반 기준을 법령에 마련한다. 하반기 관련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지하안전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또 지하안전관리 기준을 상해여 시공사 등이 강성과 차수성이 큰 공법을 사용토록 지하안전 제도를 개선한다.
이 밖에도 △첨단 지하안전 기술(스마트 계측관리, 지하공간통합지도 등)의 개발과 활용 확대 유도 △지하안전 관련 기업 역량과 책임 강화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긴급안전조치 명령 권한 부여 등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국가 전문기관의 긴급 지반탐사팀을 현행 2개 팀에서 2026년 6개 팀으로 확대하고, 취약·노후 지하시설물의 정비·교체를 지원한다. 지반침하 우려 시 기초자치단체가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고 원인 유발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안전 점검 대상을 기존 도로법상 국도, 지방도 등 도로에서 상가 및 주거지와 인접한 도시계획 도로까지 확대한다.
이승호 사조위 위원장은 “이번 양양군 지반침하 사고 조사 결과 발표는 2개월 이상 사조위에서 면밀하게 사고 원인 분석을 진행한 결과”라며 “사고 조사 결과가 전국 연약지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멘토 논란' 천공 '이태원 참사, 엄청난 기회 온 것'
- '운구비 없는데'…이영애, 숨진 러시아인 '돕고 싶다'
- 잘 나가던 임블리도 결국…우후죽순 쇼핑몰 폐업 늘었다
- 소지섭 스릴러 통했다…'자백', 파리한국영화제서 호평 릴레이
- 29년 전 '압사 참사' 홍콩…핼러윈 축제, 한국과 달랐다
- 이태원 찾은 오세훈, 폴리스라인 뚫고 도망?…루머확산, 영상 보니
- [단독]구급차 도로서 한 시간 허비…인근 경찰서는 쳐다만봤다
- 비탈길에 마네킹이 흔들려…'이태원 참사' 분석한 日 방송
- '두 달째 1등 안나와'…1조4000억 인생역전의 주인공은
- '다친 딸 업고 1km 달렸다'…살려줘 문자에 이태원 간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