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서 '혹' 떼고 새 삶 얻었죠"
마다가스카르 청년 플란지
입안에 생긴 종양 얼굴만해져
'귀신 들린 아이' 따돌림까지
현지 의료봉사자 알선 덕분에
한국 와서 무료로 대수술 성공
"선교사 돼서 이 빚 갚고파"
입안에 생긴 15㎝가 넘는 거대 종양 때문에 '징그러운 혹 달린 아이'로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마다가스카르 청년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게 됐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플란지(22)의 거대 세포 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플란지는 지난 9월 중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고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암바브알라에 사는 플란지는 8세 때 어금니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으로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어금니 부근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 년간 방치했다. 그사이 작았던 염증은 거대 세포 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얼굴 크기만큼 커졌다.
플란지가 사는 마을은 아프리카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도 약 2000㎞ 떨어져 있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차도가 없어 이틀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오지다. 전기도 통하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관은 전무하고, 간호사만 한 명 있을 뿐이다. 3시간을 걸어 나가면 병원이 하나 있지만, 거기서도 의사 한 명이 간단한 진료만 해준다. 플란지는 그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대 세포 육아종은 100만명당 한 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는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입안에 생긴 종양이 커지면서 플란지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힐 때마다 출혈이 발생해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졌다.
친구들은 '징그러운 혹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플란지를 따돌렸다. 결국 플란지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던 의사 이재훈 씨가 우연히 플란지를 만나게 됐다. 이씨는 플란지의 거대 종양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술이 가능한 한국 의료기관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서울아산병원에서 응답이 왔다. 이씨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다.
출생신고조차 안 돼 있던 플란지는 약 1년간 한국 입국 절차를 준비했고, 지난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9월 16일 플란지는 성형외과와 치과, 이비인후과 협진을 통해 8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15㎝가 넘는 크기에 무려 810g에 달하는 거대 육아 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했다. 수술과 치료 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했다.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며 "선교사가 돼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최 교수는 "종양 크기가 생각보다 거대했고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플란지가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 염려가 컸다"며 "플란지가 잘 버텨줘 건강하게 퇴원해 기쁘다. 앞으로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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