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 5% 가능성 시사한 파월, 네이버‧카카오 등 기술주와 코스닥이 가장 ‘약한 고리’

정해용 기자 2022. 11. 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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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점도표 상 기준금리 범위 올라갈 것 시사
3월 FOMC서 1차례 추가 인상해 내년 1분기 5% 금리 가능성도
고금리 상황에 국내 취약 기업들 타격 예상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 발언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네이버(NAVER), 카카오 등 기술주와 자금 체력이 약한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들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의 발언이 시사하는 것은 지금까지 시장이 예상했던 시나리오를 벗어나 금리를 1회 정도 더 올려 5%에 가까운 기준금리로 만든 후 이런 고금리 상황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을 높게 평가받았던 기업들과 차입금이 많은 기업이 직격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미 동부시각) 워싱톤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2일(미 동부 시각‧한국 시각 3일 새벽) 파월 발언의 핵심은 “지난 9월 제시했던 점도표보다 현재 금리 전망 기대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점도표는 미국 17개 지역 연준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로 매 분기 말 FOMC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 등을 모두 공개한다.

마지막 공개된 점도표는 지난 9월 FOMC였는데 당시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범위는 4.5%~4.75%(중간값 4.6%)였다. 당시 6명의 연준 위원은 내년 말 금리 상단을 4.875%로 제시하며 강한 금리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장은 점도표의 중간 범위를 토대로 대체로 올해 11월과 12월, 내년 1월과 2월 FOMC에서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상한 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1월 FOMC 후 파월은 이런 예상을 깨고 12월 공개되는 점도표 기준금리의 범위가 9월보다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1분기 금리상단은 5.0%에 이른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2월까지면 금리 인상이 그칠 줄 알았던 것이 시장의 예상이었는데 3월 FOMC에서 다시 한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발언의 또 다른 시사점은 금리 인상 중단과 관련한 질의에서 나왔다. 그는 금리 인상 중단을 ‘매우 시기상조(It is very premature to be thinking about pausing)’라고 언급하며 시장에 ‘연준 피봇(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섣부르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연준의 이런 입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 시장에도 전방위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11월 FOMC 결과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P)까지 벌어져 자금 유출 등을 우려한 한은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과 지난달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0.5%P를 인상하는 3차 빅스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례적으로 정부측 인사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금통위 열석 발언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태다. 갑자기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에 대한 시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인사가 금통위에 참석할 가능성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기술 성장주와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간 고금리 상황이 우리 증시의 ‘약한 고리’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존 시장의 예상보다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줬다”라면서 “이렇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면 성장주 등 금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섹터에 있어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기업들이 많이 있는 코스닥 시장에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특히 기업의 기본적인 재무 체력이 약하고 차입금 비중이 큰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도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주 등 멀티플(주가배수‧Price Multiple)이 높은 주식들이 파월 발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멀티플이 높은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기술주나 코스닥 시장 상장 주식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플은 기업의 순이익, 순자산, 매출액, 현금흐름 등 주요 재무 지표와 주가를 비교해서 주가가 그 지표의 몇 배인지를 알아보는 지표로 보통 기술력이 높고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들의 멀티플이 일반 기업들보다 높다. 연준의 고금리 상황이 내년까지 오래 지속되면 이런 분야에 속한 기업들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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