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관계 나빠도 판다는 살리자’…중국, 대만에 수의사 파견
대만 타이베이동물원의 병든 판다가 극도로 긴장 상태에 놓인 대만과 중국 간의 보기 드문 접촉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판다의 치료를 위해 동물원 측이 요청한 중국 전문가들이 지난 1일 대만에 도착해 대만 수의사들과 함께 판다를 돌보고 있다.
대만신문망은 2일 타이베이동물원의 수컷 판다 퇀퇀(團團)의 치료를 위해 전날 입국한 중국 자이언트판다 보호연구센터의 전문가 2명이 이날 아침 일찍 동물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문가들은 타이베이동물원의 수의사들과 함께 악성 뇌종양이 의심되는 퇀퇀의 상태를 살펴보고 치료법 등을 논의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퇀퇀의 상태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퇀퇀은 위안위안(圓圓)과 함께 중국이 2008년 12월 대만에 기증한 판다다. 당시 대만은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 시기로 양안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1949년 국공내전 이후 대만에 온 첫 판다인 퇀퇀과 위안위안은 양안 관계 화해의 상징이었다. 두 판다의 이름을 합하면 ‘함께 모이다’(團圓)는 뜻으로 대만을 통일하려는 중국의 시각이 드러나는 이름이기도 했다. 민진당은 중국의 판다 기증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2016년 친독립 성향의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후 양안 관계는 얼어붙었다. 2019년 홍콩 송환법 사태를 겪으며 대만인들의 반중 감정도 고조됐다. 양안 관계는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과 중국의 보복 군사훈련을 거치며 더욱 악화했다. 하지만 타이베이동물원의 판다는 늘 인기가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18세가 된 퇀퇀의 건강 이상징후 소식이 양안에 전해졌다. 퇀퇀은 최근 식욕이 떨어지고 한쪽 다리를 저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타이베이동물원은 퇀퇀에 대한 건강 검진 결과 뇌에서 괴사 흔적이 발견됐으며 뇌종양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야생 판다의 평균수명은 24세이며 동물원의 판다는 30세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
타이베이동물원은 지난 9월 말 중국 쓰촨 판다 기지에 퇀퇀의 상태를 알렸다. 그러자 중국 전문가들이 타이베이동물원에 기술을 제공하고 퇀퇀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타이베이동물원 측은 “이번 도움을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중국 측의 전문적인 협조와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양 측은 화상으로 의료진 파견 등을 논의해왔다. CNN방송은 대만 측의 요청을 두고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양안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양측의 섬세한 외교적 균형 조치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2017년 퇀퇀과 위안위안 사이 사이에 새끼 판다 위안짜이(圓仔)가 태어났을 때에도 중국에서는 판다 의료진을 파견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안 수의사들은 퇀퇀에 수술이나 전기자극 등 침습적 치료를 하기보다는 완화적 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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