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다급해 손벌리자 북한, 목적지 속이고 몰래 포탄 배달"

임화섭 2022. 11. 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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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포격전 격화에 보급난…북한제 소련규격이 제격
전문가 "러, 병력부족을 화력집중으로 벌충 시도" 관측
中·중앙아·이란 루트 의심…낡고 불발탄 많아 실제도움 미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북한이 제3국에 보내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공급한 정보가 포착됐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한 상황이나 북한과 러시아의 최근 밀착관계 때문에 이미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의 의심을 받던 내용이었다.

일단 러시아가 이른바 '왕따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북한이나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려는 것은 그만큼 군수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는 드론(무인기)을 공급받아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 자체가 겪고 있는 물자 부족이 드러난 것"이라며 "(러시아의 군수산업 기반을 묶어놓으려는) 국제 제재의 효과"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군수물자 중에서도 포탄이 부족해 특히 난처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물리치기 위해 포격을 강화해 왔다. 러시아 측이 전사와 부상 등으로 병력이 부족해지자 화력 보강으로 이를 보충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해군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코프먼은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에 러시아가 직면한 도전과제 중 하나가 "포격을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공습 재개로 불타버린 우크라 아파트 (바흐무트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공습을 재개한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의 한 아파트가 미사일 공습을 받아 불에 탄 모습이다.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2022.11.01 ddy04002@yna.co.kr

그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공급받았다는 소식에 대해 "주목할만한 전개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관련 첩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코프먼은 "러시아 육군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래) 아마도 지금쯤은 수백만 발을 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퍼붓는 화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병력 부족을 벌충하고 있어 탄약 공급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옛 소련 시대에 설계된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규격의 구경을 갖춘 포격용 보급물자를 찾아 전 세계를 뒤지고 다녀야만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국방태세프로젝트 책임자인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어디서든 좋다며 탄약을 구하려고 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122㎜ 혹은 152㎜ 포탄과 대포 또는 방사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동부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CNN에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제공하는 포탄을 러시아가 전장에서 사용하려고 할 때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CNN은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 남한 연평도를 겨냥해 122㎜ 포탄 170발을 쐈으나, 이 중 섬에 맞은 것은 절반 미만에 불과했고, 맞은 것 중에서도 약 4분의 1이 불발탄이었다.

소련시대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북한 포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명중률이 낮은 것은 북한이 생산한 포탄, 특히 방사포용 포탄 중 상당수가 생산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되지 않았거나 보관 여건이 열악함을 시사한다는 게 CSIS의 분석이었다.

마운트 FAS 선임연구원은 CNN에 "이 시스템들(소련 시대 규격에 맞춰 제작된 포격용 시스템들)을 지난번에 사용했을 때는 상당히 부정확했다"며 "이런 소련 시대 시스템들이 노화하고 있어 고장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보내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상황상 신속하게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랜드연구소 겸임연구원인 브루스 베넷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포격 무기는 매우, 매우 무겁기 때문에 배로 보내면 몇 주가 걸린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보낸다면 이 중 적어도 일부는 중국을 거쳐 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포탄이 중국에서 기차로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거쳐 이송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또 북한이 복수의 경로를 이용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북한이 포격 무기를 북아프리카로 보내려면 해로를 활용해야 해 서방 측이 이를 가로챌 기회도 많아질 수 있으나 러시아 측에 공급되는 물량은 오히려 더 안정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측은 이번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탄약 중 일부는 기차로, 일부는 배로 이송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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