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KBL 경기본부장'이라는 무게감, ‘농구인 문경은’의 책임감이 더 강해진 이유!

손동환 2022. 11.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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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9월 8일 오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농구인 문경은’은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유명한 선수 출신은 유명한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편견을 깬 ‘농구인 문경은’은 2020~2021 시즌 종료 후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2022년 9월 KBL로 다시 돌아왔다. KBL 경기본부장으로 새롭게 선출됐기 때문.
‘농구인 문경은’의 3번째 농구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3번째 농구 인생을 시작한 그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유는 이렇다. 자신의 임무가 리그 전체의 운명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농구 인생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KBL 역대 개인 통산 3점슛 성공 개수 1위(1,669개). 두 가지 요소만 이야기해도, 문경은의 농구 인생 1막을 알 수 있었다. ‘선수 문경은’ 앞에는 꽃길만 가득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선수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농구 인생을 준비해야 했다. 선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서울 SK도 문경은에게 새로운 직함을 줬다. 문경은이 새로 받은 직함은 전력분석관 및 D리그 코치였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문경은의 직함은 달라졌다. 2011~2012 시즌부터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1년 후인 2012~2013 시즌에는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사령탑이 된 문경은은 SK를 강호로 올려놨다. 감독 데뷔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 결정전을 경험했고, 2017~2018 시즌에는 SK의 V2를 이끌었다. ‘지도자 문경은’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렇지만 2020~2021 시즌 종료 후 기술자문으로 보직 변경. 일선에서 물러났다. 문경은의 두 번째 농구 인생도 그렇게 끝이 났다.

감독을 맡은 후, SK를 강호로 만들었습니다. 2017~2018 시즌에는 감독 데뷔 첫 우승도 기록했습니다.
2012~2013 시즌 챔피언 결정전만 해도, ‘정규리그랑 별 다를 게 있을까? 선수들 컨디션 조절 잘하고, 정규리그 때 잘됐던 걸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강했죠. 비록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모비스에 한 번도 못 이겼지만, ‘이 정도면 잘했어’라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에 우승을 하고 나니, 2012~2013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너무 후회됐습니다. 그 때만 해도 후회했던 게 10개 정도였다면, 첫 우승 후에는 100가지 정도가 생각났습니다. 그 중 몇 개만 고쳤어도, 현대모비스에 1승이라도 했을 건데... 그런 후회가 컸어요.
2019~2020 시즌에는 원주 DB와 공동 1위로 마쳤습니다. 아쉬움이 컸을 것 같은데요.
(2019~2020 시즌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기 종료됐다)

DB랑 재미있는 경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DB 입장에서는 복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거예요.(SK는 2017~2018 챔피언 결정전에서 DB를 4승 2패로 꺾었다)
최준용과 안영준이 교대로 부상 이탈했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어요. 플레이오프나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다면, 정신력으로 버텨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조기 종료돼서, 공동 1위로 끝났죠. 아쉬움도 분명 있었어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2020~2021 시즌에는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단순한 잔부상이 아니라,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부상 입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엔트리 짜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시즌을 치르는 것도 어려웠죠.
2021~2022 시즌도 계약 기간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기술자문으로 보직 변경됐는데요.
2020~2021 시즌을 실패로 끝냈습니다. 그래서 준비를 더 일찍 시작했습니다. 4~5월에는 외국 선수 영상을 계속 봤고, 외국 선수를 확인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기술자문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들었습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죠.
그렇지만 SK는 저에게 많은 걸 준 팀입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팀이에요. 또, 이야기 듣고 하루 지나니까, 프로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런 걸 오래 끌고 가는 편도 아니에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SK가 명문 구단이 되려면, SK 출신이었던 사람들이 앞으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희철 감독도 그렇고, 후배들이 그걸 이어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밖에서 본 코트
기술자문으로 보직 변경한 문경은. 2021~2022 시즌만 놓고 보면, 벤치에서 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더 다양한 곳에 얼굴을 비췄다. 방송 프로그램이 그랬고, 관중석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무대가 넓어졌고, 시야도 넓어졌다. 그 속에서 많은 걸 느꼈다. 생각 역시 다양해졌다. 코트를 벗어났지만, 코트 밖의 문경은은 코트 안의 문경은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았다.

기술자문이 되고 난 후, 예능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출연하셨습니다.
지금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곳에서 저를 찾아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그렇지만 거절도 많이 했습니다. 스포츠 출신 방송인끼리 스포츠 예능을 하거나 스포츠인으로서 해야 할 방송에는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퀴즈 쇼에 나가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대한 많은 프로그램에 나가야 한다고는 생각했습니다. KBL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리고 ‘문경은이라는 사람이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팬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마녀체력 농구부’라는 농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셨습니다.
(농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자 연예인들이 농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문경은은 감독으로서 여자 연예인들을 지도했다)

‘마녀체력 농구부’를 출연하기 전만 해도, 여자 선수나 여자 동호인을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농구라는 종목이 아무리 같다고는 해도, 남자와 여자는 엄연히 다르거든요. 게다가 농구를 처음 접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 나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죠.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능’이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농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껴야 하고, 농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농구를 계속 하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다들 재미를 들리고 늘만하니, 조기 종영됐어요.(웃음) 그래도 아직까지 단체 채팅창을 통해 연락하고,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기술자문으로 보직 변경한 해에, SK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농구를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축하할 일이기도 했고요. 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나도 저기 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셨습니다. 코트 밖에서 본 농구는 달랐을 것 같아요.
감독이었을 때는 상대 약점을 찾아내는데 집중했습니다. 농구를 좁게 봤던 것 같아요. 반면, 밖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어요.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었죠. 여러 사람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고요.

세 번째 농구 인생
기술자문 혹은 방송인으로 지난 1년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KBL이 지난 8월 25일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문경은 전 SK 감독이 KBL 신임 경기본부장으로 선임됐다”였다.
KBL 경기본부장은 경기 운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KBL은 보도자료 배포 당시 “문경은 신임 경기본부장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희옥 총재가 강조해온 판정의 공정성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적었다.
문경은 신임 경기본부장도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판정의 주체인 심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공정성과 운영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 달라진 위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KBL 경기본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독 시절부터 KBL 경기본부와 소통을 하셨습니다. 그 때 느낀 KBL 경기본부는 어떠셨나요?
보통 KBL 경기본부에 가는 건,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어서였습니다. “10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한 시즌을 위해 고생했다. 그런데 안일한 콜 하나 때문에 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따졌죠. 그런 일이 대다수였던 걸로 기억해요.
판정 하나 때문에, 코칭스태프-사무국-선수들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경기본부는 “심판 교육을 잘 시키겠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저희는 경기본부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런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경기본부장 제의는 어떻게 받으셨나요?
2021~2022 시즌부터 해설 제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SK 기술자문이라, 해설위원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고사했어요. 그리고 방송사에서 또 한 번 해설 제의를 해줬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이 하겠습니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경기본부장 제의를 받았습니다. 10월 15일(2022~2023 시즌 개막일)까지 이행해야 할 스케줄이 많았고, 앞서 말씀드린 해설 문제도 있었습니다. 머리가 복잡했죠.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고사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본부장 제의를 수락한 후에는 해설위원 제의를 했던 방송사부터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과의 말씀도 전했고요.
지금은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9월 1일부터 출근했습니다.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연맹 조직도와 보고 체계부터 숙지했습니다. 그걸 파악하는데 2~3일을 보낸 것 같아요.
심판진과 상견례도 했습니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설명했어요. ‘젊음’(장점)과 ‘공정성’(방향성)을 강조했죠. 그리고 심판들이 그 동안 벌만 받는 체계 속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임무를 잘하면, 상도 받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어떤 게 가장 먼저 보이시던가요?
심판들을 육성할 수 있는 사람이 최소 3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여건과 시스템이 부족하더라고요. 육성 시스템부터 체계적으로 만드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판부장이 육성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업무량과 책임감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또, 심판들은 경기 출전 수당에 따라 대우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심판들은 심판부장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래서 심판부장을 꺼려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플레잉 심판(심판부장이 심판을 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판 수 자체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심판이나 수련심판들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수 있도록, 경기본부가 그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임 경기본부장이 강조한 것 : 기본
지금의 KBL은 판정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판정의 핵심인 ‘공정성’과 ‘일관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심은 여전히 나오지만, 이를 무작정 덮으려고 하지 않는다. 또, 덮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경기 영상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BL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이렇다. 오심을 줄이고, 오심을 인정하는 것이다. 오심을 데이터로 정리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공정한 판정과 일관된 판정을 할 수 있다.
문경은 경기본부장도 판정과 관련된 사소한 것들부터 집중했다. 이를 기본으로 생각했다. 잘못된 판정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칠지 알고 있기 때문. ‘심판 관리’를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것도 그런 맥락과 같았다.

심판진에게 강조한 점이 있으신가요?
오심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몸싸움이나 파울 콜 같은 경우, 심판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골 텐딩이나 터치 아웃, 라인 크로스 등 기본적인 판정은 틀리면 안 됩니다. 특히, 자기 자리에서 못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심판진에게도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이전에는 감독으로서 KBL의 식구였지만, 지금은 경기본부장으로서 KBL의 식구가 됐습니다.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는 게 달라졌습니다.(웃음) 마음가짐의 차이를 놓고 보면,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어떤 책임감일까요?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프로농구리그를 문제없이 치러야 한다는 책임감입니다. 판정이나 경기 운영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팬들을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 KBL은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판정 문제나 경기 운영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중복된 질문일 수 있겠지만, 경기본부장으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정규리그 270경기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운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심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심판도 사람이기에 오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심을 단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 간에 얼굴 붉힐 일도 줄어들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 준비를 잘 시키겠습니다. 저도 더 철저히 준비하고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수와 감독을 거쳐, 경기본부장을 맡게 됐습니다. 행정 수업을 잘 받는다면, 제 인생에서 무기가 하나 늘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행정가로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팬 여러분들한테는 “그래도 문경은 본부장 있을 때는 잘 넘어갔지”라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그런 평가만 들어도, 경기본부장으로서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KBL 제공(본문 1~2번째 사진), 김우석(본문 3~4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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