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공연계 애도의 방식

생각의 여름의 SNS 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156명이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로 문화계도 일정을 멈추고 애도와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영탁과 장윤정, 홍진영은 이태원 참사로 공연과 행사를 취소했다. 마이클 볼튼도 오는 8~9일 하려던 8년만의 내한공연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김재중은 지난달 30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라이브 투어 취소를 공연 2시간전 확정하고,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다. 이찬원은 지난달 30일 전남 화순에서 열린 ‘제1회 테마파크 소풍 가을 대축제에 참석했다. 행사 자체가 취소되지 않아 참석은 하고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공연계에서 애도하는 차원에서 콘서트를 취소, 연기하고 있지만 모든 뮤지션이 그런 건 아니다. 뮤지션 정원영은 2일 페이스북에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한 애도와 위로가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뮤지션 정원영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박종현)도 지난 31일 인스타그램에 “고민을 나눈 끝에, (이번 주에 하기로 한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였습니다”고 알린후 “그나저나,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봅니다. 관에서 예술관련 행사들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 장재인도 2일 생각의 여름이 쓴 글을 SNS상에서 공유하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생각의 여름’의 말처럼 공연을 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 음악의 주된 기능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음악은 슬픔을 공감하고 치유해나가는데 좋은 매개체다.

그렇다면 공연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보다 그속에 어떤 마음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 추모의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 공연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의견들이 공연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오히려 눈치를 보면서 공연을 취소하기도 하는 등 일괄적인 공연 중단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수 있다. 일부 뮤지션들이 노래로 추모하면 안되는 것이냐고 묻는다. 쉬는 것으로 애도할 수도 있지만 애도 방식의 통제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 획일과 통제는 예술가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다.

음악이 축제나 놀이, 여흥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위로와 치유, 추모의 역할도 한다. 물론 자발적 공연 취소도 애도 동참의 표현으로서 존중한다.

참사 사상자와 가족, 그리고 온국민이 아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지금, 시급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그리고 철저한 진상조사겠지만 공연 일괄 취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예술계의 말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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