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유, 이젠 우리 ‘로봇’이 짠다…국산 로봇착유기 본격 보급

윤희일 기자 2022. 11. 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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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로봇착유기로 젖소의 우유를 짜는 장면. 충청남도 제공

젖소를 키우는 데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젖소 1마리당 연간 투입되는 노동시간은 71시간에 이른다. 이중 우유를 짜는 데 투여되는 시간은 30시간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일부 농가는 해외에서 고가의 로봇착유기를 들여다 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산 로봇착유기는 가격이 비싸고, 고장이 나면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젖소농가들이 겪는 이런 문제가 한국형 로봇착유기의 개발을 계기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로봇착유기 보급 본격화

충남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한국형 로봇착유기’를 보급하기 위한 첫 시범 사업에 나선다고 3일 밝혔다. 두 기관은 최근 충남 논산의 젖소농가에 국립축산과학원이 민간과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착유기를 보급했다. 이 농가는 로봇착유기를 이용한 젖 짜기에 들어갔다.

이 로봇착유기는 젖소가 착유실에 들어가 자동으로 급여되는 사료를 먹는 동안 우유를 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금까지 사람이 해오던 세척→착유컵 부착→착유→소독 등의 작업을 모두 로봇이 진행한다.

로봇착유기의 작동 순서. 농촌진흥청 제공

로봇착유기가 젖소의 유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젖을 짤 수 있는데, 유두에 대한 인식은 3D(3차원)카메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아주 높다. 로봇착유기의 핵심 장치인 착유컵(우유를 짜는 컵)의 경우 세척·착유·소독을 연속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충남농업기술원 이도연 지도사는 “이 로봇착유기의 젖소 1마리당 착유 시간은 7분 34.5초로 아주 빠르다”면서 “로봇착유기 1대당 하루 착유 가능 횟수는 190.1차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젖소 1마리 당 하루에 3차례 젖을 짜는 경우 로봇착유기 1대 당 착유 가능 젖소는 63.4마리로 성능은 외국산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대당 가격 2억원으로 3억5000만원대 외국산에 비해 저렴

국산 로봇착유기의 최대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이 착유기의 가격은 약 2억원으로 외국산의 약 3억5000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어가는 것도 강점이다.

농진청 윤주영 지도사는 “외국산의 경우 고장 또는 이상이 생겼을 때나 부품을 구하는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국산의 경우 바로 대응이 가능한데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당수 젖소농가들이 부족한 일손을 로봇착유기로 대체하기를 원했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국내 젖소농가 중 2% 정도만 로봇착유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국내에 도입된 외국산 로봇착유기는 153대로 집계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개발된 로봇착유기는 우유를 짜면서 유량과 성분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이 정보는 우유의 양이 줄어드는 요인이나, 질병 감염 가능성 등을 사전에 파악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농진청은 국산 로봇착유기를 충남 서산, 경기 이천지역의 다른 농가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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