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압도하는 추상회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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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보라는 황제의 색이다.
또 보라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의 가장 끝에 있다.
파랑과 빨강이 적절히 만나야 탄생하는 보라는 무척이나 까다롭고, 또 인공적인 색이다.
보라가 흰 색과 만나면 더욱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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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채우는 다채로운 색의 향연
뭉치고 흐뜨러트리며 창조된 하나의 세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로마시대, 보라는 황제의 색이다. 원로조차 입을 수 없었다. 오직 황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보라는 지금까지도 고귀함을 상징하고 귀족적인 느낌이 강하다. 또 보라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의 가장 끝에 있다. 파장이 짧은 색이다. 이를 넘어서면 자외선이 된다. 그래서 ‘로드 투 퍼플(Road to Purple)’을 주제로 한 제여란(62)의 개인전은 색을 다루는 작가에겐 자신감의 표현이다. 색을 통해 색을 넘어서는 추상회화의 본질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추상화가 제여란의 개인전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내년 1월 19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작가의 지난 30년 추상작업을 색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본다. 1990년대 검은 색을 다루며 질감이 두드러진 회화는 2000년대 초반 어두운 톤의 푸른 색조와 붉은 색조의 운동성을 강조한 회화로 이어진다. 스퀴지를 활용한 추상회화는 화면에 율동감을 불어넣으며 다채로운 색으로 공간을 압도한다. 대학때 실크스크린을 실습하다 접하게된 스퀴지를 작가는 신체의 확장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색을 섞고 뭉치고 흐트러뜨리며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리듬감이 넘치는 색의 움직임은 작가의 몸 움직임에서 나온다. 작업을 할 때는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BTS, 베토벤, 제니스 조플린 등 장르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몇 번이고 듣는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보라’다. 파랑과 빨강이 적절히 만나야 탄생하는 보라는 무척이나 까다롭고, 또 인공적인 색이다. “자칫 한 쪽이 과하면 붉은 빛이나 푸른 빛이 강한 보라가 된다. 이 사이에서 내가 작가로 흡족할만 한 보라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 까지 그리기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작업한지 30년, 이제 작가는 원숙한 기량을 마음껏 펼쳐낸다. 작가는 흰 색을 적절히 활용한다. 보라가 흰 색과 만나면 더욱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제 작업을 다양하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관객을 색의 우주로 초대한다. 그 안에서 무엇을 읽어내든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조각은 여러방향에서 보고, 원형의 시각적 경험을 하는데 평면은 그것이 걸리는 벽 때문에 2차원적 폐쇄성이 있다. 작가로서 나에게 숙제는 그림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동시에 돌파해 내느냐다” 다만 바라는 것은 회화를 넘어서는 경험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을 향해있고, 우리가 자연을 경험하는 것 처럼 제 작업이 그런 것을 성취해 내면 좋겠다”
2000년대 중반이후 최근까지 작업의 연작 제목은 ‘우스쾀 누수쾀(Usquam Nusquam)’이다. 라틴어로 ‘어디든 어디에도 아닌’ 이라는 뜻이다. 자연을 향하는 제여란의 작업은 어디에든 있고 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작가는 1985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8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0년 인공갤러리, 2006년 토탈미술관, 2014년 스페이스K, 2018년 전혁림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이번 전시는 18번째 개인전이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토탈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등에 소장됐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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