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얽히고설킨 수출용 보툴리눔톡신 공방
전 제조업무정지 6개월…수십억대 매출 손해 불가피
'수출용 목적' 법적 판단 핵심…수출 관리감독 강화 필요
보건당국이 보툴리눔톡신을 수출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를 상대로 보툴리눔톡신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회수폐기 및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유는 수출 전용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했기 때문인데요. 위반 품목은 제테마의 제테마더톡신주 100IU, 한국비엠아이의 하이톡스주100IU, 한국비엔씨의 비에녹스주 등입니다.
해당 기업들은 일제히 식약처 행정처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 기업은 보툴리눔톡신 제품은 국내 판매가 아닌 수출용으로 생산 허가된 의약품으로, 약사법에 따른 국가출하승인 의약품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회수 및 잠정제조정지 명령과 품목허가 취소 및 전제조업무정지에 대해 이의신청과 처분의 집행정지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 등 모든 법적 절차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제테마는 발 빠르게 지난 1일 식약처의 행정처분 발표 직후 식약처를 상대로 처분무효 및 취소소송, 처분집행정지신청, 잠정효력 정지신청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유통 과정에 있습니다. 수출용 의약품을 해외 국가와 계약을 맺고 직접 수출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대웅제약은 미국의 에볼루스와 계약을 맺고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수출하고 있는데요. 대웅제약처럼 국내에서 생산해 직접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것은 명확하게 국가출하승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식약처가 지적한 부분은 수출용 의약품을 국내 기업을 거쳐 수출하는 부분입니다. 대웅제약과 달리 여타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은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국내 기업을 통해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수출용 보툴리눔톡신 제품들이 국내에서 실제로 판매되지 않고 최종적으로 전량 수출됐더라도 이들 기업이 일차적으로 판매, 유통을 한 건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약사법 등 의약품 관련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수출용 보툴리눔톡신의 국내 유통이 문제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2020년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등도 같은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들 소송 결과에 따라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의 승패도 결정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수출용 의약품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유통 과정을 거쳐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의약품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국가출하승인의약품의 범위)에 따라 보툴리눔 제제를 포함한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는 국가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의 경우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와 식약처장이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하는 것으로 정하는 품목(희귀의약품)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규상 식약처와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기업들의 주장에 따라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인 만큼 국가출하승인 면제 대상처럼 해석됩니다. 반면 식약처는 국내에서 유통 및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수출용 의약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출이 목적이더라도 일차적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유통 및 판매됐고 이 과정에서 국내 불법 유통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들은 식약처와의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회수·폐기 조치 및 품목허가 취소 외에도 '전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는데요.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해당 처분이 확정되면 단순히 해당 보툴리눔톡신 제제만 제조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전부 제조할 수 없습니다. 6개월간 제조업무가 정지되면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대의 손해를 입게 됩니다.
제테마의 경우 주요 매출이 히알루론산 필러와 보툴리눔톡신으로 나뉩니다. 지난해 매출 중 필러가 223억원, 보툴리눔톡신이 86억원이었는데요. 필러는 의료기기로 나뉘기 때문에 제조업무 정지 처분에서는 자유롭습니다. 한국비엔씨 역시 보툴리눔톡신 외에 의약품은 없고 필러와 화장품이 주 매출원입니다.
반면, 한국비엠아이의 경우 항응고제인 '비엠헤파린나트륨주', 상처 치료 및 조직수복제 '하이디알프리필드주', 지혈제 '헤모쉴드헤모스태틱' 등 다수 전문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툴리눔톡신 등 의약품을 6개월간 제조하지 못하면 그 사이 경쟁사들에게 자리를 뺏기게 되고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약처의 행정처분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까지 나서서 지난 1일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공시 전까지 해당 기업들의 주식 거래 정지를 결정했습니다.
법원이 '수출용 목적'의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 지에 기업 6곳의 생사가 걸려있는데요.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 등이 같은 문제로 지난 2020년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해당 소송 결과가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의 소송 결과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분명한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식약처가 메디톡스로 촉발한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이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출국 기업과의 계약 등 수출 자료 제출 및 검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수출용 의약품의 유통 과정에 있어 불법 유무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국내에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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