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기능저하증, 방치하면 심장∙혈관 건강도 위험” [인터뷰]
갑상선 호르몬은 성장호르몬 분비, 체온 유지, 정서 상태 조절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우리 몸은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적인 양을 유지하도록 조절하고 있는데, 여러 원인에 의해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과해지면 이상이 생긴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피로는 물론, 심장과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김세희 원장(연세송앤김내과)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환자의 특징이 있을까요?
갑상선 호르몬은 기본적으로 열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기능이 저하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며, 추위를 잘 타고 피부도 건조해지는 증상, 그리고 식욕이 저하되는데도 체중은 증가하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소화기관의 운동도 저하되므로 위산분비가 감소하고, 변비나 장마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근육 기능이 저하되어 저릿저릿하거나 쥐가 잘나며 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수분 저류로 인해 잘 붓고 얼굴이 푸석푸석해지며 머리카락도 부스스해지며 탈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성의 경우 월경과다, 무배란, 성욕감소, 불임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서서히 발생하고 진행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자각 증상을 뚜렷이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건강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Q.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며, 이는 약 70~80%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선천적 갑상선의 결함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갑상선 염증 질환으로 인해서도 유발 가능합니다. 그 외 요오드 부족 또는 과다, 특정 약물에 의해서도 갑상선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갑상선 자체의 문제일 경우 외에도,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배출하는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에 종양이 있거나 감염 유육종증 또는 암 전이가 생겼을 경우에도 갑상선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갑상선기능저하증, 남성보다 여성에서 흔하다고 알려졌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여성에서 더 흔한 이유는 여성이 자가면역질환에 더 취약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인 하시모토갑상선염이 자가면역질환이며, 남성과 여성의 발병률은 1:4 정도로, 여성의 발병률이 높습니다.
여성이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는데, 2019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 연구진이 ‘JCI 인사이트(JCI insight)’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분자스위치 ‘VGLL3’가 남성보다 여성의 피부에 더 많이 분포하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유발해 결국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VGLL3를 형질전환 생쥐에 과발현시킨 결과, 면역 과민반응으로 인해 피부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기관도 공격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무엇이 여성의 피부에 더 많은 VGLL3를 생기게 하는지, 어떤 물질이 VGLL3를 활성화하는지 등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Q.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어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나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심근 기능을 저하시키고, 이완기 혈압을 증가시키는 등 심장 기능에 변화를 일으켜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지질 대사에도 영향을 줍니다. 총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뇌졸중이나 협심증, 나아가 심근경색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점액수종 혼수는 장기간 치료하지 않은 갑상선기능저하 노인환자에서 흔하며, 추위에 노출되거나 감염, 외상, 수술, 위장관 출혈 등에 의해서 유발됩니다. 전신부종과 함께 의식 혼미, 저혈압, 저체온증, 호흡부전 등이 나타나 치료하지 않을 시 100%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합병증입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합병증들은 적절한 치료만 유지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Q.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어떤 검사를 통해 진단하나요?
갑상선의 형태 및 기능저하 증상의 신체발현 등은 시진 및 촉진을 통해서 확인하며, 갑상선 기능의 항진이나 저하, 즉 갑상선 호르몬이 잘 나오고 있는지는 혈액검사로 시행합니다. 종종 ‘갑상선은 초음파로 보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는데, 갑상선 초음파는 암 또는 물혹, 결절 등 갑상선의 물리적 변화를 보는 것이므로 기능을 보는 혈액검사와는 맡은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갑상선기능저하증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Free T4, T3) 및 갑상선 자극호르몬(TSH)을 측정해야 합니다. 만약 갑상선기능저하가 확실하면 추가로 갑상선 자가항체를 측정합니다. 이 자가항체가 확연히 높을 경우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는 갑상선 결절이나 비대를 동반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 검사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절이 있는 경우에는 암 등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Q.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입니다. 호르몬 보충을 시작하고 적절히 보충되면 수일 또는 수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갑상선 호르몬의 용량을 2주~2개월 정도 간격으로 조절하며 혈액검사를 통하여 적정 수준으로 조절되고 있는지 판단합니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필요량이 일정하므로 개개인의 필요량이 확정되면 1년에 1~2번의 혈액검사만 하면서 갑상선 호르몬을 유지하면 됩니다.
Q. 완치 가능한 질환인가요? 호르몬제를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요.
일부 산후갑상선염 또는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하는 아급성 갑상선염 등의 경우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완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경우 영구적이어서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보충해줘야 합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갑상선기능저하의 경우에는 약이라기보다 원래 몸에 있어야 하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그걸 보충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습니다. 보충을 안 했을 경우에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호르몬이 필요한 상태이면 반드시 보충해야 합니다.
Q. 치료 시 환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을 짚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갑상선 호르몬제는 밥과 같이 드시면 흡수가 저해되므로 공복에 드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약을 복용한 후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띄우고 식사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제는 반감기가 길어서 하루 약을 걸렀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날 두 배로 드시면 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세희 원장 (연세송앤김내과 내과 전문의)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건강을 위한 첫걸음 - 하이닥 ⓒ ㈜엠서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