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골수종 신약 ‘테크베일리’, 시장 재편 어려운 이유
美-EU서 4~5차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승인돼
레블리미드 등 1~3차 치료제 대비 시장 小...업계 "새 시장 창출 가능"
5차 이상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CAR-T도 등장 中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얀센이 세계 최초로 이중특이항체 방식의 다발성 골수종 신약 ‘테크베일리’(성분명 테클리스타맙)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 진출한다. 해당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다만 4~5차 치료제로 승인된 한계로 인해 테크베일리가 전체 다발성 골수종 시장을 뒤흔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존 약물로 4회 이상 치료를 받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 대상 5차 치료제로 테크베일리를 신속승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8월 해당 질환의 4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테크베일리가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게 된 셈이다.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뼈)에서 분화돼 증식하는 플라스마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뼈가 깎여나가는 통증을 유발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B세포성숙항원(BCMA)나 CD3 등 플라스마 B세포 위에 많이 존재하는 수용체를 타깃하는 약물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테크베일리는 동종 질환 대상 약물 중 유일하게 BCMA와 CD3를 동시 타깃하는 이중특이항체다. 얀센은 미국에서 시판 후 임상적 확증 시험을 통해 테크베일리의 효능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다.
테크베일리의 임상 1/2상에 참여한 총 110명의 환자 중 78%가 최소 4가지 이상의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였다. 이 때문에 해당 약물이 미국에서 4차 이하 치료제로 진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주요국에서 4~5차 치료제로 승인된 테크베일리가 다발성 골수종 시장을 뒤흔들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1~2차 치료제가 아닌 테크베일리가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시장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얀센이 BMS에 대항할 최신식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게 된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차부터 5차까지 다양한 단계의 치료를 경험한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두고 양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1차 치료제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BMS의 레블리미드다. 해당 약물은 2021년 세계 시장에서 총 128억2100만 달러(당시 한화 14조66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BMS는 미국과 EU 등에서 해당 질환의 3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포말리스트’(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와 5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계열의 ‘아베크마’(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크류셀) 등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얀센은 지난해 매출 60억2300만 달러(당시 한화 약6조8900억원)를 올린 다발성 골수종 환자 대상 1차 치료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과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 등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해당 질환 환자 대상 5차 치료제로 CAR-T인 ‘카빅티’(성분명 실타캅타진 오토류셀)도 확보했다. 이번에 테크베일리까지 확보한 얀센은 4회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 대상 약물 측면에서 BMS 대비 비교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 밖에도 얀센은 덴마크 젠맙과 함께 다발성 골수종 및 기타 혈액 악성 종양 환자 대상 CD38 타깃 단일클론항체인 ‘GEN30140’의 임상 1/2상을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회사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후 조혈모 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테크베일리와 레블리미드를 병용하는 국내 임상 3상도 승인받았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4~5차 이상 환자 대상 테크베일리 단독요법이 아닌 기존 약물과의 상호 보완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얀센이 한국 등 각국에서 다발성 골수종 신약을 내놓기 위해 치열한 개발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다회 치료에도 소용없는 환자의 병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CAR-T나 테크베일리 등과 같은 신약의 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로인해 1~3차 치료제와는 별개의 시장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다발성 골수종 대상 이중특이항체, CAR-T 등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 로슈는 각종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CD20과 CD3를 동시 타깃하는 이중특이항체 ‘글로피타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애브비는 하르푼 테라퓨틱스로부터 현재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는 CD3와 BCMA 동시 타깃 이중특이항체에 대한 개발권을 기술이전받은 바 있다. 국내 큐로셀은 아베크마나 카빅티처럼 BCMA 타깃 다발성 골수종 대상 CAR-T ‘CRC03’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2020년 기준 국내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원 안팎이다. 암젠의 ‘키프롤리스’(394억원)와 레블리미드(325억원), 포말리스트(138억원), 다잘렉스(109억원), 벨케이드(101억원)등이 1~4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2017년 특허가 만료된 레블리미드의 제네릭으로 종근당(185750)의 ‘레날로마’나 광동제약(009290)의 ‘레날도’ 등이 출시돼 있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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