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도로 막은 환경단체...항의와 사정에도 꿈쩍안했다
이탈리아의 한 환경단체가 출근길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다.
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 소속 활동가들이 로마 교외의 셀바 칸디다 인근 GRA(Grande Raccordo Anulare·외곽순환도로) 한가운데를 점거했다. 울티마 제네라지오네는 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은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차선을 점거했다.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이들에게 항의하거나, 출근해야 한다며 사정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 운전자가 이들 사이로 빠져나가려하자, 한 활동가가 보란듯 그 앞을 막아섰다. 도로는 경적 소리와 고성으로 가득찼다. 일부 운전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활동가 손에 들린 플래카드를 빼앗아 내던진 뒤 이들을 아스팔트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그런데도 활동가들은 차량 행렬을 또다시 막아섰다. 결국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정체가 풀렸다. 경찰은 점령에 가담한 환경운동가 6명을 체포한 뒤 신원 확인을 위해 이들을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20일과 10월 12일에도 각각 GRA와 로마 시내 도로에서 점거 시위를 벌였다.
올티마 제네라지오네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낸 성명에서 시위 이유와 목적을 설명했다. 단체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며 “정부는 20GW 수준의 재생에너지 설비 개발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로 점거 시위는) 정부의 무대응으로부터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비폭력 시위, 당신의 미래를 위한 반항에 동참하라”고 했다. 단체는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도로 점거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는 환경단체들의 저항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은 런던 국립 미술관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고,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짓이겼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 전시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에 본드를 칠하기도 했다.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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