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전술핵무기·더티밤 사용 억제할 실질적 수단 없다" WP
기사내용 요약
제재 효과 없고 군사력 사용하면 세계대전 발발 우려
핵공격에 핵으로 대응시 핵전쟁만 본격화될 위험 커
미 핵 대응 방안 '제3국 공격' 상황 시나리오 안 갖춰
러의 잦은 핵 사용 언급은 나토 개입 막으려는 의도
러 핵사용시 중국·인도 지지 잃어 전쟁 지속 불가능
핵무기로 전투선 이길 순 있어도 전쟁 이길 순 없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고 막후에서는 '더티 밤' 사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이 이를 차단할 수단은 거의 없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러시아 정부가 발신하는 신호를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세계가 "아마겟돈(지구종말)"에 어느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장관들도 공개적으로 러시아가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결정적" 대응과 "재앙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달 러시아 군 고위 지도자들이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군 지도자들의 논의는 구체적 계획이나 공격 목표까지 다룬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정보 때문에 미 정부는 핵사용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 면밀히 추적해 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키로 결정했다는 징후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몇 달 동안 미 정부가 가능성을 더 우려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핵무기 관련 움직임을 "모든 노력을 다해" 추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당국자들은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언급하길 꺼린다. 가능한 대응 방안들을 모두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 당국자들은 그러나 러시아의 핵 관련 언급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위협이 커진다고 보고 장관급 수준의 직접 접촉과 비공개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구체적으로 경고해 왔다. 이와 함께 미국은 여러가지 대응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 정부의 대응 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어 보인다.
제재가 분명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만으로는 푸틴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미 국무부 출신으로 대러 제재를 담당했던 에디 피시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제재는 효과적 억제 수단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선박이 돌아다니면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사력 사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간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핵공격에 핵공격으로 대응하는 건 애당초 대응 방안이 될 수 없다.
미 과학자연맹 핵정보 프로그램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슨은 "미국이 핵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푸틴이 핵공격을 한다고 미국이 핵대응을 하는 건 잘못된 대응이다. 금기를 깨트리는 건 아무런 이득이 없다. 핵전쟁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미국과 동맹국의 본토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해왔다. 미국의 핵 경쟁국이 제3국을 핵공격하는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은 분명히 마련돼 있지 않다.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 토마스 카라코는 "이 경우 정치적 맥락, 정보, 의도 등 전반적 맥락이 중요하다"면서 "핵사용이 어떤 성격이냐, 어떤 고도에서 터졌는지,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숨졌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방사능 공격 시나리오는 더티 밤과 전술핵무기 사용으로 나뉜다.
더티 밤 가능성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처음 시사했고 지난 주 푸틴이 반복했다.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자국 영토에서 터트릴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경고가 가짜깃발 작전일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더티 밤을 터트리고 우크라이나에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저강도 핵무기로 제한적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져 왔다. 특히 미국이 1945년 히로시마에 핵무기를 쓴 적이 있다고 상기시킨 푸틴의 발언이 우려스럽다.
이처럼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미 정부는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징후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군 지도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 파장을 축소하려 노력해왔다. 바이든도 푸틴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한 걸음 물러났다.
푸틴도 최근 핵위협에서 후퇴하는 모습이다. 지난 주 그는 "러 정부가 핵사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우리의 모든 발언은 서방 지도자들 발언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러시아는 핵무기나 더티 밤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음에도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
고 말한다. 러시아 군 병력과 무기가 바닥나면서 반격을 위해 금기 전술과 금기 무기를 쓸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고위 군당국자는 지난 주 "재래식 군사력이 고갈되면 핵무력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당국자들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프랑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핵공격해도 핵반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미국은 핵대응 가능성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군사 분석가들은 재래식 군사력 면에서 NATO가 압도적인 것으로 본다. CSIS 핵문제 책임자 히더 윌리엄스는 "푸틴이 핵위협을 지속하는 것은 나토가 재래식 군사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푸틴이 핵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최후의 지지자를 잃게되는 점을 꼽는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전비를 대고 국내 경제를 유지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 넘게 러시아는 유럽에도 에너지를 수출해왔고 특히 중국과 인도에 대거 수출했다.
중국과 인도 역시 핵보유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대체로 중립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 비난 결의안 등 유엔 표결에서 기권해왔다. 또 서방이 추진하는 러시아 수출 석유가 상한선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중국과 인도의 입장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윌리엄스는 "푸틴으로선 핵무기 사용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 인도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푸틴이 선을 넘으면 두 나라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마지막 우호국들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경멸을 드러낸다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은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윌리엄스는 "핵무기를 사용해 전투에서 이길 순 있어도 전쟁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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