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매장의 불황 타개법… 크기 키우고, 체험형으로 변신

김민국 기자 2022. 11. 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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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지정학 위기로 가전 판매 감소
온라인 구매 비중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 한파
체험형 매장으로 가전 구매 가능성 키워
삼성전자의 메타버스 기반 가전 체험 서비스인 '비스포크 홈 메타'(삼성전자 제공) /뉴스1

최근 가전 매장이 대형화, 체험형 흐름을 타고 있다. 수요 둔화, 구매 패턴의 변화로 가전 매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러 가전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장 크기를 키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해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경기침체가 나타나 가전 판매 실적이 줄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 매출은 14조75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67.1%나 줄었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생활 가전 사업부 매출은 7조47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554억원으로 커졌다.

또 이른바 가전 양판점이라고 불리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일 것으로 여겨진다.

가전 판매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수요 둔화와 관계없이 소비자가 점점 온라인에서 가전을 더 많이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효용성과 실적은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래도 매장을 아예 없앨 순 없어서 적자가 나더라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전 전문점의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11.7% 후퇴했다.

가전 업체들은 이런 난관을 매장 대형화, 체험형으로 바꿔보려고 한다. 소비자가 한 번에 여러 상품을 직접 눈으로 비교해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직접 가전을 만지고 작동해보면서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꼭 매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이런 경험을 통해 가전을 살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메가스토어는 매장에 식물과 가전이 함께 하는 휴게 공간을 만든다거나, 게임기·가전·자체 제작(PB) 상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2020년 문을 연 메가스토어 1호점(잠실)은 콘솔 게임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전문 체험존을 구성, 다양한 게임과 주변기기 등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게 했다. 직원이 직접 제품 사용법을 안내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이 매장 크기는 7431㎡(약 2248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메가스토어의 평균 면적은 1652㎡(약 500평) 수준으로, 일반 매장보다 크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일반 점포를 줄이고, 메가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가스토어를 포함한 롯데하이마트 점포 수는 전국 418개로, 2020년과 비교해 30곳이 줄었다. 메가스토어는 2020년 7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2곳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메가스토어 8곳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에서 한 소비자가 게임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롯데하이마트 제공) /연합뉴스

전자랜드도 체험형 매장인 파워센터가 점점 주력으로 올라서고 있다. 이 매장 내부에는 대형가전·건강가전·정보기술(IT)가전 등 제품 종류별로 나눈 구역에서 브랜드별로 비교 체험해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건강가전 존에서는 안마의자를, 대형가전 존에서는 프리미엄 TV 등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전자랜드는 전국 매장 140곳 중 116개를 파워센터로 변경했다. 전체에서 체험형 매장 비중이 80%를 넘는 것이다.

주로 삼성 제품을 취급하는 삼성디지털프라자(삼성전자판매)는 메타버스 안에서 가전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을 기존 매장에 꾸렸다. 현재 강남본점·삼성대치점·홍대본점·서초본점에서 운영 중이다. 이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매장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주방·거실에 접속,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미리 배치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또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지난 8월 삼성전자 가전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체험하는 공간도 매장 안에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면 이에 맞춰 매장 전시공간 속 가전들이 작동하는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터블 프로젝터인 프리스타일 체험 공간에서는 스마트싱스를 활용하면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앱 연결을 통해 커튼이 스스로 여닫히고, 사운드바 음향도 조절한다. 매장 관계자는 “이런 체험을 통해 프리스타일이라는 제품에 소비자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LG전자의 가전 유통 자회사 LG베스트샵도 체험형 매장과 매장 대형화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서울 강북본점과 수원본점에서 캠핑과 관련된 가전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캠핑을 즐기며 캠핑용 TV로 인기가 높은 룸앤 TV와 무선 스피커 엑스붐 360을 써볼 수 있다. LG전자는 구매가 주목적이 아닌, 경험을 위한 전시장 ‘금성오락실’을 강남역에 열었다. 게임 등을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사용 경험을 높여주는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에 불황이 찾아온 만큼 업체가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체험형 매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프라인 매장 같은 경우엔 매출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방문객이 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체험형 콘텐츠의 중요도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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