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칠에 수프 끼얹기… ‘진주 귀걸이 소녀’ 테러 기후활동가의 최후

문지연 기자 2022. 11. 3. 09: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 전시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에 환경단체 운동가가 접착제로 자신의 머리를 붙이고 있다. /@Kolpen 트위터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훼손하려다 체포된 영국 기후활동가들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게 됐다.

2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인 벨기에 국적 활동가 3명 중 2명에게 각각 징역 2개월을 선고했으며 그중 1개월은 집행을 유예했다. 나머지 1명은 신속 재판을 거부해 오는 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7일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급습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훼손하려다 붙잡혔다. 자신들의 머리와 손에 접착제를 묻혀 그림에 비볐고 토마토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당시 이들 모두는 ‘저스트 스톱 오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지켜보던 관람객과 미술관 관계자가 말리려 하자 한 활동가는 “당신 눈앞에서 이 아름답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손상되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라며 “우리 눈앞에서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런 기분”이라고 외쳤다. 또 “이 그림은 유리로 보호돼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기후변화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후 미술관 측은 성명을 내고 유리 속 작품 원본을 꺼내 전문가들이 검사한 결과 훼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은 무방비하며 우리 미술관은 무슨 목적에서라도 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했다.

검찰은 활동가들의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시위의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며 징역 4개월을 구형했다. 이어 “작품이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유리 덮개를 갈아야 하는 등 기타 부수적 피해들이 확인됐다”며 “목적이 얼마나 중요하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명화는 감상하는 것이지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런던 국립미술관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1853-1980) ‘해바라기’ 작품에 토마토수프를 뿌린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활동가들. /AP 연합뉴스

한편 최근 기후활동가들은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공격하는 방식의 과격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의 경우 지난달 중순 런던 국립미술관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해바라기’ 작품에 토마토수프를 뿌려 논란을 샀다.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영국 국왕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던지기도 했다.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소속 활동가들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