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칠에 수프 끼얹기… ‘진주 귀걸이 소녀’ 테러 기후활동가의 최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훼손하려다 체포된 영국 기후활동가들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게 됐다.
2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인 벨기에 국적 활동가 3명 중 2명에게 각각 징역 2개월을 선고했으며 그중 1개월은 집행을 유예했다. 나머지 1명은 신속 재판을 거부해 오는 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7일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급습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훼손하려다 붙잡혔다. 자신들의 머리와 손에 접착제를 묻혀 그림에 비볐고 토마토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당시 이들 모두는 ‘저스트 스톱 오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지켜보던 관람객과 미술관 관계자가 말리려 하자 한 활동가는 “당신 눈앞에서 이 아름답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손상되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라며 “우리 눈앞에서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런 기분”이라고 외쳤다. 또 “이 그림은 유리로 보호돼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기후변화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후 미술관 측은 성명을 내고 유리 속 작품 원본을 꺼내 전문가들이 검사한 결과 훼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은 무방비하며 우리 미술관은 무슨 목적에서라도 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했다.
검찰은 활동가들의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시위의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며 징역 4개월을 구형했다. 이어 “작품이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유리 덮개를 갈아야 하는 등 기타 부수적 피해들이 확인됐다”며 “목적이 얼마나 중요하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명화는 감상하는 것이지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최근 기후활동가들은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공격하는 방식의 과격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의 경우 지난달 중순 런던 국립미술관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해바라기’ 작품에 토마토수프를 뿌려 논란을 샀다.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영국 국왕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던지기도 했다.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소속 활동가들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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