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훈, 이런 대어급 감초[★인명대사전]
‘약방에 감초.’
한약에는 쓴맛을 감소시키는 감초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한약방에 감초가 반드시 있다는 뜻에서, 어떤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혹은 꼭 있어야할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는 ‘감초 역할’이라는 말로, 주인공에 못지않게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을 표현한다.
배우 최대훈은 주인공보다 더 큰 존재감을 빛내는 ‘대형 감초’다. 그렇다고 해서 약재의 기본 효능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냄으로써 어떤 약도 쉽게 삼키도록 큰 몫을 해내는 것이다. 최대훈은 어떤 작품에서든 꼭 맞는 역할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최대훈의 역량을 잘 보여준다. 그의 기본 성향과 맞는 ‘맞춤 캐릭터’를 맡은 것이 아니라, 단단한 연기력으로 어떤 캐릭터든 자연스럽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최대훈은 현재 SBS 금토극 ‘천원짜리 변호사’, KBS2 월화극 ‘커튼콜’에 출연 중이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철부지 금수저 검사 ‘서민혁’으로, ‘커튼콜’에서는 낙원호텔의 둘째 손자 ‘박세규’ 역으로 열연 중이다. 두 캐릭터 모두 ‘금수저’라는 배경과 함께 능청스럽고 철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약삭빠른 면모가 있는 ‘서민혁’도, 할머니(고두심) 속 터지게 하는 철부지 손자 ‘박세규’도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무해한 캐릭터로 시선을 모은다.
사실 ‘철부지 금수저’ 캐릭터는 그의 전매특허기도 하다. 지난 2020년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윤세리(손예진)의 오빠 윤세준 역을 통해 그 완성형을 보여준 바 있다. 윤세준은 동생 윤세리의 자리를 탐내며 열심히 머리를 써보지만 결국 엉뚱한 결론만 내리는 인물로, 최대훈은 우스꽝스러운 대사들을 능청맞은 말투로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아내 도혜지(황우슬혜)와 원래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모를 만담을 펼치는 코믹한 케미는, ‘사랑의 불시착’을 모르는 사람이 짧은 영상으로만 접해도 작품에 대한 흥미를 돋울 정도다.
최대훈의 코믹 연기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극중 해준(박해일)이 찾은 수면 클리닉 센터 의사로 나서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모습은 순간 무슨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잊게 만들기도 했다.
자연스럽고 코믹한 ‘생활연기’가 일품인 건 맞지만, 이게 최대훈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악역에도 능통한데, 그 깊이와 강도에 따라 모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지난 8월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정명석 변호사’(강기영)의 라이벌이자 그 캐릭터의 대척점에 선 ‘장승준 변호사’로, ‘국민욕받이’를 자처하는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비슷한 시기 방송된 JTBC ‘모범형사2’에서는 난폭한 대기업 부회장 ‘천상우’로 ‘광폭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2020년 방송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조용한 말투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쏟아내는 ‘박성재’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인내심 한계를 느끼게 했다. 지난해 방송된 JTBC ‘괴물’에서는 아예 악인으로 변신, ‘박정제’를 통해 반전을 선사한 키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최대훈은 ‘박정제’ 역으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 남자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다작에도 질릴 수 없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가 쌓아온 20년의 연기 내공 덕이다.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최대훈은 드라마에서 봤던 그 어떤 얼굴도 아닌, 의외의 얼굴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가벼운 질문에도 한껏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대답하며 매번 겸손한 인사를 전했다. 2002년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년의 시간 동안 연기 또한 그렇게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해왔을 터다.
2007년 첫 드라마로 미디어 연기에 나선 이후에도 그는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쉼 없이 달려왔다.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코믹한 얼굴로, 어떨 때는 절절하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또는 화를 돋우는 미운 얼굴로, 최대훈은 매번 다른 얼굴을 부여받아왔다. 보통 한 드라마 속 캐릭터가 호평을 받으면 비슷한 인물을 이어가기 쉽지만, 그의 팔색조 얼굴을 제작자들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훈은 앞선 인터뷰에서 2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지구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외의 말을 전했다. 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고 배울 게 많다. 지구력 있는 배우가 돼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서 살아남고 싶다”며, 한층 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겼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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