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오늘’이 아닌 ‘내일’의 선택하기를[안승호의 PM 6:29]
바꾸는 건 쉽다. 그간 숱하게 바꾸기도 했다. LG는 1990년대 초중반 이광환 감독 이후로 앞서 류중일 감독까지 감독 10명이 바뀌는 동안 한 차례도 ‘재계약 감독’을 내놓지 못한 팀이다. 가을야구 문턱에도 가지 못했던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사이에도 그랬다. 해태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 리더십, 두산 베어스의 리더십을 차용하듯 해당 구단 출신 인사를 줄이어 감독으로 앞세울 때마다 금방이라도 뭔가 달라질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2년 재임기간을 보낸 류지현 LG 감독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연일 이러쿵 저러쿵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LG는 구단 수뇌부를 통해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있다.
결정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LG가 정규시즌 승률 0.613(87승2무55패)를 거둔 것을 아주 당연한 듯 보는 시각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가 있다. 콜럼버스가 다른 누구도 세우지 못한 달걀을, 그 밑동을 깨서 세우자 “그렇게 하면 나도 하지”라며 당연한 결과인 듯 폄하하는 반응이 나왔다는 일화 하나다. 프로야구에서도 남의 성과를 당연하듯 평가하며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든 누군가 이뤄놓고 보면 쉬워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식이라면 올시즌 역시 승률 5할 아래의 팀은, 시즌 전 최하위 전력으로 평가된 한화를 제외하면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5할 아래의 전력으로 개막을 맞은 팀은 한화 뿐이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한 팀은 0.490의 5위 KIA를 시작으로 6개팀이나 나왔다. 늘 그렇다. 정규시즌 장기레이스에서 부상과 사건, 사고 등 갖가지 일이 생기는 프로야구에서 ‘당연한 성과’는 없다.
LG는 창단 이후 손꼽힐 만한 정규시즌을 보내고도 단기전에서 아픔을 맛봤다. 류 감독의 단기전 운영 능력이 화두로 올랐다.
여전히 가을야구가 진행되는 시간으로 감정이 이성을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장기전 없는 단기전은 없다. ‘단기전 명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단기전에서는 매번 투수교체 타이밍이 화두가 된다. KBO리그 역사상 투구 교체가 가장 기민한 김성근 전 감독 역시 1986년과 1987년 OB 사령탑 시절,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패퇴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4위로 시작한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올린 뒤에야 단기전에서 탄력을 받았다. 그 옛날, 김성근 전 감독에게 다시 기회가 없었다면 2007년부터 이어진 SK 와이번스와 김 전 감독의 역사는 나올 수 없었다.
팬들도, 구단 관계자들도 정규시즌의 탄탄함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자칫 오늘의 잘못된 결정이, LG에는 ‘내일의 덫’이 될 수도 있다. 정규시즌 승률 6할 이상을 해도 단기전에서의 결과로 실패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게 되면,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9월까지 초고속 항해를 하더라도 가을야구만 되면 ‘단두대’에 서는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는 지금 이를테면 큰 리더십의 변화로 선수단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팀은 아니다. 최근 4년간 포스트시즌에 계속 오를 만큼 전력의 안정감이 생기면서 올해 한두 단계 도약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방향성을 더 밀고 나갈 때다.
감독 인사는 야수나 투수 빈자리 하나 메우는 인사가 아니다. 구단의 방향성을 알리는 행위다. 감정을 조금씩 걷어내고 이성의 영역에 가까워질 시간. 지금이야말로 LG는 지난 구단 역사부터 차분히 되돌아볼 타이밍이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한 결정이 필요한 시간인지 모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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