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견제는 반사이익 기회, 반도체장비 수급 위해 칩4 참여해야”

김상범 기자 2022. 11. 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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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한국·일본·대만·미국) 동맹’ 가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의 수급 안정성을 위해 동맹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의 ‘반사이익’을 한국이 누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칩4 일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일 발간한 ‘최근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로서는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장비 시장은 기술장벽이 높고 독과점 구조의 특성을 띠고 있다. 일본·미국·네덜란드의 5대 반도체 장비 업체가 79.5%를 점유하고 있는 독점 시장이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화율은 20%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장비 77.5%를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에 의존하고 있다. 외교적·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다. 보고서는 “반도체 장비 시장의 높은 기술장벽, 독과점 구조 등으로 인해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를 짧은 시일 내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조치를 기회삼아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기술 굴기’ 견제로 중국은 첨단장비 도입이 어려워져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14nm(나노미터)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규제 탓에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물량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7년부터 5년간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연평균 29.6% 증가해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386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6%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강상지 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은 반도체 장비 강국인 미국·일본·네덜란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첨단장비 선점에 집중해 후발주자인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칩4 동맹에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그러면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넓히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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