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못 그리는 ‘살아 있는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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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슈뢰딩거의 연어'라고 부르면 될까? 죽은 상태인데 헤엄치며 살아 있으니 말이다.
칼럼을 쓰는 시점에 다시 그림 인공지능에 헤엄치는 연어를 입력해보니, 선홍빛 잔상은 있어도 확실히 연어 본연의 몸 이미지가 출력된다.
'손질'된 채 겨우 헤엄치는 연어는 그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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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살코기가 헤엄친다. 그림 인공지능(AI) 세계의 이야기다. 얼마 전 누리꾼 사이에서 그림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강에서 헤엄치는 연어’(salmon swimming in the river)를 입력하면 생물체로서 연어 모습이 아닌 회 뜬 연어 이미지만 출력된다는 사실이 화제였다. 아무리 인공지능 프로그램 회사를 달리해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생선’처럼 비슷한 뜻의 다른 문장으로 대체해도 인공지능은 생명체인 연어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림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의 설명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해당 이미지를 자동 출력해주는 기술이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예술대회에서 우승해 미술의 정의와 기술 실업 논란을 일으킨 미드저니(Midjourney), 고품질 만화풍 이미지로 인기인 노블에이아이(NovelAI)가 있다. 나는 그냥 사이트에 접속해 텍스트만 입력하면 무료로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딥에이아이(DeepAI)와 힙노그램(Hypnogram)을 이용했는데, 역시나 연어가 멸종돼 있었다.
‘슈뢰딩거의 연어’라고 부르면 될까? 죽은 상태인데 헤엄치며 살아 있으니 말이다. 방사능 피폭으로 머리가 두 개인 물고기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사람을 삼키는 어류를 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역겨움과 공포다. 단지 인공지능이 충분히 학습하지 못해 생긴 ‘작화 붕괴’가 아니라, 우리 인간 세상을 딥러닝(심층학습)한 결과여서다. 지금 지구에서 고기가 아닌 물살이로서 존재하는 연어는 얼마나 될까? 나는 이번에야 연어의 본래 속살 색깔이 선홍색(salmon)이 아니라 흰색임을 알았다. 시중에 팔리는 연어의 색은 자연 상태에서 크릴새우를 많이 먹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발색제를 첨가해 사육한 모습이란다.
연어 이미지는 이제 ‘보정’됐다. 칼럼을 쓰는 시점에 다시 그림 인공지능에 헤엄치는 연어를 입력해보니, 선홍빛 잔상은 있어도 확실히 연어 본연의 몸 이미지가 출력된다. 하지만 여전히 공포는 가시지 않는다. 이렇게 ‘잘못된’ 이미지가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연어 이미지는 화제가 되어, 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에 연어 이미지 데이터와 명령을 학습시켰음에도 며칠 걸려 보정됐다. 알파고 이후 바둑 선수는 인공지능에 채점받는 신세가 됐다는 누군가의 넋두리처럼, 곧 그림 인공지능이 보편화해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이미지가 출력된다면 그 인공지능을 통제하기보다 설득하고 읍소를 거듭해야 겨우 바로잡힐 디스토피아가 어른거린다.
사이버 메모리에 방류되는 빅데이터의 상수원은 우리 자신이다. ‘손질’된 채 겨우 헤엄치는 연어는 그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 존재일 뿐이다. 이제 인공지능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시게 됐다.
도우리 작가
*청춘의 겨울: 언론에서 청년문화를 다루는 방식이 ‘봄’이라면 이 칼럼은 ‘겨울’입니다. 지금, 여기, 청년이 왜 데이트앱, 사주, 주식 등에 빠지는지를 풀어갑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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