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 상원마저 내줄 듯 … ‘사법 리스크’ 트럼프 대선 도전 속도
■ Global Focus - 美 중간선거 D-5… 권력지형 재편 분수령
연방하원 435명 전원 선출에
상원 35명 · 주지사 36명 뽑아
공화당, 하원 탈환 확실 전망속
열세 보이던 상원도 승리 예상
바이든, 국정동력 상실 불가피
낙태권 · 기후대응 정책 올스톱
트럼프, 정치적 입지 굳건해져
기밀유출 기소 등 변수는 남아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향후 2년간 미국 연방 상·하원 의회 권력지형을 재편할 중간선거가 닷새 뒤인 11월 8일(현지시간) 치러진다. 4년마다 열리는 대선 사이에 시행돼 중간선거로 불리는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연방 상원의원 35명(전체 100명), 주지사 36명(전체 50명) 등을 선출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2년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2024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을 비롯해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군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또 올해 선거부터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른 선거구 조정 결과가 반영돼 향후 10년간 이어지는 만큼 실제 영향 여부도 주목된다.
◇하원은 물론 박빙이던 상원마저 공화당이 승기 잡나 = 3일 미 주요 언론·선거분석매체 등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는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 확실시되는 반면 상원은 선거 막판까지 박빙 승부가 이어져 사실상 상원 선거 결과가 전체 승패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대통령·여당을 평가하는 의미가 큰 중간선거가 일반적으로 여당에 불리했던 것과 달리 올해 상원 중간선거는 당초 민주당이 기존 50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을 지키거나 오히려 1∼2석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가 치러지는 35석 중 21석이 기존 공화당 의석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등에 업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른바 ‘트럼프 키드’ 후보들의 취약한 본선경쟁력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기침체·인플레이션 등이 최대 쟁점화하며 공화당 우세 가능성이 계속 커지는 형국이다.
선거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2일 기준 상원에서 공화당 승리 확률을 54%, 민주당 승리 확률을 46%로 분석했다. 8%포인트 차이로 불과 사흘 전 공화당과 민주당 승리 확률이 각각 48%, 52%였던 것과 비교할 때 공화당이 대역전한 셈이다. 여론조사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현재 판세를 공화당 48석, 민주당 45석, 박빙 7석으로 분류했다. 박빙 대결을 벌이는 7석 중 공화당이 3석만 승리하면 상원을 차지한다. 경합지 중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뉴햄프셔·워싱턴 등은 민주당이 간발의 우위를 보인 반면 조지아·위스콘신은 공화당이 유리하고, 네바다는 그야말로 동률이다. RCP는 현 여론 추이가 이어지면 공화당이 54석을 차지해 상원을 확실히 장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화당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던 하원에서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역시 2일 기준 파이브서티에잇이 예측한 공화당 승리 확률은 85%지만 민주당 승리 확률은 15%다. RCP가 전망한 의석수 역시 공화당 228석, 민주당 174석, 박빙 33석이다. 박빙 지역구에서 공화당이 모두 패해도 하원 장악에 필요한 과반(218석)을 10석 넘기게 된다. RCP는 공화당이 과반에서 15∼48석을 더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CNN은 하원의 경우 공화당 212석, 민주당 205석, 박빙 18석으로 예측해 상대적으로 의석수 격차가 적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3선 및 재선에 도전하는 앤디 김·매릴린 스트리클런드(이상 민주당)·영 김·미셸 박 스틸(이상 공화당) 등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은 선거 막바지 각종 여론조사 지표 등을 종합한 결과 모두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상·하원 선거보다 미국인들의 일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주지사 선거 역시 민주당 텃밭이라는 뉴욕주에서도 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등 공화당 강세가 두드러진다. RCP는 이번 선거 결과 전체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행정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이 주지사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주의 경우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우편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등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2024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은 레임덕 불가피·트럼프는 당 장악해도 ‘기소’ 우려 = 중간선거에서 하원 패배가 확실시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은 힘을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화당이 하원의장을 비롯해 하원 전체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정책·입법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공화당 하원 탈환 시 감독위원장을 맡을 제임스 코머 의원 등은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의 사업·사생활 등에 대한 의회 차원의 소환 조사를 공언하는 상황이다. 상원까지 공화당이 차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년 잔여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 이후 입법화를 약속했던 연방 차원의 여성 낙태권 보장 등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이민 등 각종 어젠다가 ‘올스톱’된다.
무엇보다 중간선거 패배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전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는 43%, 반대는 12%포인트 높은 55%를 기록했다. 경합지 민주당 후보들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유세를 거절하는 대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2024 대선 불출마 선언 및 세대교체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중간선거 이후 더 굳건해질 전망이다. 당내 경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이 대거 후보로 뽑혀 당내 장악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선거 초반 민주당 후보들과의 맞대결에서 열세를 보였던 상당수 후보가 현재 판세를 뒤집거나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이번 중간선거에서 대선 등 각종 선거관리 책임을 진 주지사·주의회 선거 등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2024 대선에 유리한 구도를 노리고 있다. 다만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불법유출 혐의 등에 대해 중간선거 직후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고 뉴욕주 검찰도 트럼프 일가의 탈세·사기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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