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고향의 산을 떠나는 슬픔 절절히

2022. 11. 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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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음대 성악과의 졸업 시험은 논문 대신 보통 두세 차례의 독주회로 치러진다.

필자는 독일 유학 시절 졸업 독창회의 마지막 곡으로 우리 가곡 '산아'를 택했다.

그러나 마지막 곡 '산아'에는 나의 모든 감성과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환상적이었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등 다양한 축하의 말이 오갔지만 모든 사람의 대화 주제는 마지막 곡 '산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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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신동수 가곡 ‘산아’

부친 신홍철 詩에 곡 입혀

단조의 비장한 분위기 속

대중성·예술성 모두 갖춰

독일 음대 성악과의 졸업 시험은 논문 대신 보통 두세 차례의 독주회로 치러진다. 필자는 독일 유학 시절 졸업 독창회의 마지막 곡으로 우리 가곡 ‘산아’를 택했다. 음대 시험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은 배제하는 게 보통이다. 교수들이 곡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예술성은 몰라도 문학적, 음악적 평가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당 교수님은 마지막 곡을 한국 가곡으로 부르고 싶다는 나의 의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졸업연주회 당일, 관객들과 채점을 맡은 교수님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작곡가 신동수? 제목 산아? 어느 나라 노래지? 나만 모르는 유명한 곡인가?’ 다들 궁금했을 것이다. 유럽 노래가 아닌 건 분명하고 중국 곡인지, 일본 곡인지, 유쾌한 곡인지, 사랑의 세레나데인지 도무지 알 턱이 없었을 테니. 그들은 내가 노래를 부르는 한 시간 내내 정체 모를 마지막 곡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연주회 내내 수준 있고 균질한 소리로 노래하기 위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맞추며 냉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마지막 곡 ‘산아’에는 나의 모든 감성과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졸업 연주는 나에게 시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10학기를 꽉 채운 지난 5년간의 결실을 보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주를 마치고 로비로 나와 보니 교수님들과 학생들, 일반 관객들이 축하의 한마디를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환상적이었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등 다양한 축하의 말이 오갔지만 모든 사람의 대화 주제는 마지막 곡 ‘산아’였다. “당신이 부른 곡은 고향에 관한 곡이지요?” “어머니와 고향 집에 관한 노래지요?” 연주자와 함께 음악에 몰입한 관객들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전문가다운 비평이나 두루뭉술한 칭찬의 말이 아닌, 마음을 열어준 관객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상평이었다. 그날 로비에서 들었던 어느 관객의 이 말은 지금도 나에게 온기를 준다. “난 당신의 노랫말을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가슴속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산아 사랑하는 내 고향의 산아/ 종내 너를 두고 나는 가누나/ 내 마음의 무게이고 내 넋의 크낙한 날개여/ (중략) 잘 있거라 산아/ 아 사랑하는 내 고향의 산아

떠나는 이의 목을 감싸 안으며 배웅하는 고향의 산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죽어서야 돌아올 내 고향의 산은 떠나는 이의 눈물로 슬프게 물든다. 단조의 비장한 분위기인 이 곡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곡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산아’의 가사를 쓴 신홍철 시인은 한국전쟁 때 월남, 평생 언론인으로 지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고향에 부치는 노래’를 냈다. ‘산아’는 그 시집의 대표 시이다. 작곡자는 바로 신홍철 시인의 아들 신동수이다. 부친의 고향에 대한 비통한 심정을 아들이 웅장한 하모니와 극적인 요소를 더해 불후의 명곡으로 남겼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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