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시진핑 · 차르 푸틴 … 스트롱맨, 세계를 ‘대결의 장’ 으로
■ 창간 31주년 특집 - 리더십 없는 리더시대 (3) 권위주의의 역습
종신집권 · 제국부활 야욕
시진핑, 3연임 확정 후 1인체제 구축
푸틴, 우크라 침공 · 핵사용 위협
서방 ‘적대시’ 로 권력기반 강화
아시아 · 중동서도 독재정권 확산
이란, ‘히잡시위’ 강경진압 지속
사우디, 에너지난 틈타 세력확장
미얀마, 군 정권장악 잔인한 통치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로 끝난 줄만 알았던 동서의 냉전이 3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른바 신(新)냉전 시대의 도래다. 여기 신냉전의 한 축, 즉 반서방을 이끄는 리더 두 사람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강력한 권위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반대파를 철저하게 짓밟은 뒤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들을 ‘스트롱맨(strongman)’이라고 칭하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야망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 질서를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며 우군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남태평양 일부 국가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장래가 밝기만 한 건 아니다. 외교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결국 민주주의 규칙에 입각한 질서가 정치·경제적 자유를 더 많은 형태로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위주의의 부활을 알린 두 ‘스트롱맨’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피도 눈물도 없다” 종신집권 굳힌 ‘황제’ 시진핑 = 시 주석은 지난달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종신집권 서막을 알렸다. 총리를 비롯한 지도부 전원을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 출신으로 채웠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폐막식 퇴장은 시 주석의 무자비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후 전 주석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외신들은 그가 시 주석 뜻에 따라 쫓겨났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시 주석은 확실한 1인 체제 기틀을 마련했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재자의 함정에 빠진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은 연속성이 주는 안정감보다, 구속당하지 않는 지도자가 일으킬 다양한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변인들은 냉혹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기보다 충성 경쟁에 매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소수민족 박해 등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도 뇌관이 될 수 있다.
◇“다시 강한 소련으로” 우크라이나 침공한 ‘차르’ 푸틴 =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은 이후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단합을 도모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며 서방을 압박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 탄압도 강화했다. 기존엔 계엄령 중 부대를 탈영한 병사에 대해 최대 징역 5년이 가능했지만, 법을 바꿔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예비군 동원령까지 떨어지자 참았던 민심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전역에서 강제 징집에 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일부 징집 센터에선 총기 난사와 방화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한 소련의 부활’을 꿈꾸던 푸틴 대통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푸틴 대통령은 전략적으로 악수를 뒀다”며 “핵무기 사용 위협과 날 선 발언은 유연하고 실질적인 통치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경제 침체와 내부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면 푸틴 대통령 체제는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사이 강제 병합했던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등에선 패퇴를 거듭하는 실정이다.
◇중동·아시아에도 늘어나는 권위주의 국가… 불안할수록 거세지는 탄압 = 중동과 아시아에서도 권위주의를 앞세운 정권들이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반미 최전선에 있는 이란으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혔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태로 촉발된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실탄 발포를 서슴지 않고, 경찰이 민간인 주거지에 강제로 들어가 시위대를 색출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만 CNN 등 외신은 “1979년 이란혁명 체제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했다.
미국의 동맹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세계질서 혼란을 틈타 독자적 세력권 확장에 나선 상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체제 다지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결정 등 이슈마다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던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미얀마와 태국의 군사 독재정권이 잔인한 통치를 자행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선 여학생의 공학·경제학 전공 선택을 막는 등의 조처로 인권 퇴행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의 잇따른 등장에 대한 책임이 미국과 서방 세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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