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폭 1.5%p까지 벌어지나… 빅스텝 고민 커진 한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만큼 한국은행은 금리 역전 폭을 줄이기 위해 이달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은 1~2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 기준금리가 4% 선을 뚫은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만이다.
지난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8.2%에 달하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는 이전에 예상한 수준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FOMC 위원들은 지난 9월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내년말 4.6%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연준 의장의 발언은 내년 미 기준금리가 5% 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파월 의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과 관련해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다음 회의가 될 수 있고 그 다음 회의에 (금리 인상 속도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물 금리를 통해 연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14일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56.8%로 봤다. 이렇게 되면 미 기준금리는 올해 말 4.25~4.50%로 오른다.
이어 내년 2월에도 빅스텝을 밟을 확률을 50.9%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내년 2월 미국 기준금리는 4.75~5.00%로 오른다. 이어 3월에 베이비스텝을 단행해 연준은 내년 11월까지 미 기준금리 상단을 5.25%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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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오는 12월 13~14일에도 FOMC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한은은 이달이 마지막 회의다. 한은이 이달 베이비스텝(3.25%)을 단행하고 미 연준이 다음달에도 자이어트스텝(4.50~4.75%)을 밟을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던 건 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폭(1.5%포인트)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수록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대거 뺄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올라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은이 이달 세번째 빅스텝 결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은으로선 빅스텝 결정을 내리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올 2분기 가계 빚은 1869조4000억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 빚이 누증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가계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인당 16만1000원, 총 3조원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한은이 두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0월 금통위 회의에선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이달 0.25%포인트만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거세고 기본적으로 연준은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자이언트스텝이 불가피했다"며 "한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 차이가 심화하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통상적인 수준(베이비스텝)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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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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