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 스텝`이냐 `베이비 스텝`이냐
미국 12월 빅스텝 그쳐도 최종금리는 5% 근접 가능성
연말 한미 금리 격차 최대 1.50%p…환율·물가·자금유출 위험 커져
"경기·자금경색 고려해 베이비스텝" vs "빅스텝으로 물가·환율 확실히 잡아야"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최소 0.25%포인트(p)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3년여 만에 1.00%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결국 물가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4일 전까지 이런 조짐이 실제로 뚜렷할 경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 이어 사상 처음 연속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연3.00%)과 미국(연 3.75∼4.00%) 간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벌어졌다.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은 금통위의 '빅 스텝'과 함께 0.2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포인트로 확대됐다.
1%포인트는 가장 가까운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2019년 7월 18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리면서 미국(2.25∼2.50%)보다 최대 1%포인트 낮아졌고, 이후 같은 달 31일 미국이 2.00∼2.25%로 인하하면서 격차는 0.75%포인트로 축소됐다. 결국 약 3년 3개월 만에 두 나라 금리차가 다시 1.00%포인트까지 벌어진 셈이다.
더구나 연준은 다음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이나 ' 빅 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따라서 한은이 만약 24일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경우 연말까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소 1.25%포인트(연준 빅 스텝 시), 최대 1.50%포인트(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로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사상 첫 2연속 '빅 스텝'에 나서도 차이가 작게는 1.00%(연준 빅 스텝 시), 크게는 1.25%포인트(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에 이른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금리 역전기'에 최대 격차는 1.50%포인트(2000년 5∼10월)였다.
5%대 중후반에서 좀체 않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국의 강한 긴축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한은의 24일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더구나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서 8월 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시장과 경제주체들도 당분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문제는 인상 폭이다. 일단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 스텝을 결정한 뒤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에서도 이달 금통위의 베이비 스텝, 빅 스텝을 점치는 견해가 거의 반으로 나뉘고 있다.
베이비 스텝을 예견하는 쪽은 주로 무역 적자 등 지표상 뚜렷한 경제 성장 둔화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등을 근거로 든다. 최근 채권 시장 등의 자금 경색도 근본적으로 너무 빠른 금리 인상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 지표(전년동월대비 상승률 5.7%)에서 뚜렷하게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기조적으로 빠져나가거나 9월과 같은 급격한 원화 절하(가치 하락)가 다시 나타날 경우 금통위가 10월에 이어 다시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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