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으로 숨고 싶었던 최지훈… SSG의 독기는 이 정도에 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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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최지훈(25‧SSG)은 전날 기억을 씁쓸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최지훈의 왼쪽으로 치우친 공이었다.
안타는 안타였는데, 최지훈이 미끄러지며 이를 잡지 못해 결국 1루 주자 이정후가 홈에 들어와 동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만들었다.
최지훈도 경기 후 "애플러 공을 어떻게 치나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서 "이때 치려고 그간 못 쳤나 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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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그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2일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최지훈(25‧SSG)은 전날 기억을 씁쓸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첫 포스트시즌 무대로 큰 기대를 걸고 나선 경기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음은 물론, 최지훈답지 않은 수비가 한 차례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3-2로 앞선 6회였다. 2사 1루에서 김태진이 친 타구가 날카롭게 중견수 최지훈을 향했다. 최지훈의 왼쪽으로 치우친 공이었다. 안타는 안타였는데, 최지훈이 미끄러지며 이를 잡지 못해 결국 1루 주자 이정후가 홈에 들어와 동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만들었다.
평소라면 그라운드에 맞은 이후 튀어야 하는데, 최지훈이 생각한 반대 방향으로 튀었다. 그 와중에 미끄러지며 그라운드에는 구멍이 파였다. 최지훈은 “생긴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야구장에서 나만 쳐다보는 그 느낌은 참 오래간만이었다”고 자책했다. 평소 핑계를 대지는 않지만, 최지훈은 애써 “그냥 잔디 탓을 하려고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불운으로 치부하고 그 아픔을 2차전까지 이어 가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런 최지훈은 2차전에서 깨어났다. 3회 수비에서 우익수 한유섬과의 콜 플레이가 되지 않아 실책성 플레이 하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공격에서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어제 못 쳤으니 세 개 치겠다”고 다부지게 약속한 그대로였다. 이런 최지훈의 활약은 팀의 6-1 승리로 이어졌다.
1회 무사 1루부터 안타를 때렸다. 상대 선발 타일러 애플러의 바깥쪽 공을 결대로 잘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이 안타로 SSG는 공격 흐름을 이어 갈 수 있었고 이어진 무사 만루 기회에서 3점을 뽑고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만든 최지훈은 3-1로 앞선 5회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긴장에서 깨어나게 했다. 최지훈은 1사 1루에서 애플러의 4구째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홈런을 확인한 최지훈은 오른손을 치켜세우며 환호했다. 2점 리드가 4점 리드가 되면서 SSG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남은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최지훈은 올해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나며 SSG의 새로운 보물로 평가받았다. 공수주 모두에서 대활약하며 SSG의 라인업과 외야를 굳게 지켰다. 다만 포스트시즌 출전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중요하고, 특히 포스트시즌 출전 경력 없이 바로 한국시리즈에 나선다는 점에서 낯선 공기가 분명히 있었을 법하다.
사실 이날도 불안요소는 있었다. 최지훈은 올 시즌 애플러와 상대 전적에서 7타수 1안타로 약했다. 최지훈도 경기 후 "애플러 공을 어떻게 치나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서 "이때 치려고 그간 못 쳤나 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회 수비 상황에 대해서는 "서로 콜플레이가 없었다. 마지막에 눈이 마주치고 서로 비명을 질렀다"면서 "(실점을 최소화한) 폰트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경기 후 만족감은 없고, 그저 안도감만 맴돌았다. 그러나 1차전에서 나온 수비 실수를 2차전 맹활약으로 잊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시리즈 남은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SSG의 독기가 다시 강해지기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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