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은 탄소중립대회? 거짓말이다...국제 환경 전문가 비판

김세훈 기자 2022. 11. 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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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 중립 대회가 되리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장은 완전히 허구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영국 BBC는 3일 주요 환경 단체 및 전문가 견해를 수렴해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 중립 대회가 되리라는 FIFA 주장은 믿기 힘들 정도로 위험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은 특정 이벤트를 치르면서 발생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실질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책을 수행해 ‘제로’ 수준으로 없앤다는 개념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 중립 대회라는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 마이크 버너스-리 교수는 “카타르 월드컵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000만 톤을 넘을 것”이라며 “이는 FIFA가 주장하는 360만 톤보다 세배 안팎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기후과학자 케빈 앤더슨 교수는 “FIFA 주장은 매우 잘못됐고 놀랄 만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환경 단체들은 FIFA 계산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탄소 중립 선언을 불신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FIFA와 카타르는 11년 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탄소 중립 대책을 발표했다. 재활용 물자를 이용하고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경기장 설계와 건설 및 운영, 저탄소 대중교통 운영, 쓰레기 관리 및 처리, 습지 조성 등이 내용이었다. 이런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대회용으로만 쓰이는 경기장 8곳(신축 7곳, 리모델링 1곳)을 짓거나 보수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었다. 겨울철에도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라 경기장마다 대형 에어컨이 설치됐다. 친환경 에너지를 얻겠다며 설치된 태양광 판넬에 대한 효과도 미흡하다. 미국 뉴욕 코넬 대학 에너지 시스템 엔지니어학과 펑치유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당시 조건들이 (지금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자는 협약을 체결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지구 온난화 마지노선을 제시한 국제 협약이었고 세계 각국 탄소 중립 대책 수립 및 시행에 최대 기준이 되고 있다. 앤더슨 교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며 “그러나 FIFA는 ‘환상적인 경기장으로 가자’고만 할 뿐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해서는 혁신도, 진지한 고민도, 리더십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카타르 정부가 제시하는 효과적인 탄소 중립 대책은 경기장, 공항, 숙소 등을 오가는 전기버스 750대다. 그리고 카타르 국토는 경기도 크기와 비슷하다. 국내 이동이 비행기가 아니라 자동차로 가능하다. 또 카타르를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전 월드컵보다는 적으리라 예상된다. FIFA는 “전기버스 운영과 국내 단거리 이동은 탄소 중립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물이 적어도 잘 자라는 나무를 많이 심고 대규모 습지를 조성하는 등 실질적이며 지속 가능한 탄소 상쇄대책이 필요하다고”고 주장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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