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최준용, 한국의 로드맨?
데니스 로드맨은 NBA 역사상 최고의 리바운더 중 한명으로 꼽힌다. 아주 큰 사이즈(201cm)는 아니지만 운동능력을 겸비한 센터들이 판치는 골밑에서 파워 포워드로서 리바운드 영역을 지배했다. 7년 연속 리바운드왕을 차지했고, 시즌 평균 리바운드 18.7개를 기록한 적이 있으며 평균 리바운드가 15개 이상인 시즌만 6번이다.
그 정도면 가히 리바운드 장인이라고해도 무리가 없다. 거기에 더해 강력한 수비력을 갖췄으며 심리전에도 능해 그의 표적이 된 상대는 경기중 상당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배드 보이즈 1기, 시카고 불스 2차 왕조에서 주축으로 뛰며 여러차례 우승에 공헌했다.
하지만 로드맨하면 사람들이 리바운드보다 먼저 떠오르는게 있다. 개성을 넘어선 기행이다. 머리칼을 여러 가지 색깔이나 문양으로 염색하는 것을 즐겼는데 한창 때는 매일같이 바꾼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하다시피했으며 경기장 밖에서는 곳곳에 피어싱을 하는 등 한시도 자신의 몸을 가만 놓아두지 않았다.
거기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외모만큼 코트 안팎에서도 악동으로 명성이 자자했던지라 개성파가 가득한 NBA에서도 ‘악동 중의 악동’으로 불렸다. 기분에 따라 본능적으로 일을 벌일 때가 많았고 자신만의 신념도 무척 강했다. 극히 일부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통제 조차 쉽지않았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진심이었고 나름 순수한 모습도 많이 보였던지라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도 적지않았다. 호불호는 갈렸지만 인기 스타 중 한명이었다.
KBL무대서 로드맨과 비슷한 캐릭터를 꼽아보라면 ‘스네이크’ 최준용(28‧200.2cm)을 들 수 있다. 일단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다 농구 역사상 가장 특이한 선수중 하나인 로드맨과 비교하기에는 지나친 무리수 일수도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KBL기준으로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기량에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한지라 역대로 살펴봐도 비슷한 선수를 찾기 쉽지않다.
KBL에서 활약중인 스타 플레이어들은 크게 두가지 색깔로 나뉜다. 먼저 오세근, 김선형, 이승현, 문성곤, 허웅, 송교창같이 크게 튀지않고 묵묵하게 농구에만 집중하는 클래식파가 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대부분 국내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허웅같은 경우 고정 팬클럽을 몰고 다닐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으면서도 늘 한결같고 흐트러짐없는 모습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김선형 또한 플레이 스타일은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지만 평소 보여준 모습은 모범생에 가깝다.
반대로 넘치는 개성을 바탕으로 ‘나는 나일뿐…, 시대는 바뀌었다!’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뽐내는 선수들도 있다. 이대성, 이관희, 두경민, 최준용, 강상재 등이 그렇다. 주변의 눈치를 크게보지않고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에 충실한 스타일상 좋을 때는 분위기를 한없이 업시켜주지만 반대로 빌런스러운 행동을 할 때도 적지않다. 클래식 파에 비해 감독들이 다루기 힘든 성향의 선수들이다.
최준용은 그 중에서도 정점에 서있는 선수다. 기량도 개성도 확실하다. 대학시절부터 그는 장신 스윙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전 세대같으면 무조건 빅맨을 해야 될 신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빼어난 운동신경에 기동성까지 갖췄던지라 주로 스몰포워드로 활약했다. 그냥 장신 3번이 아니었다. 신장을 떠나 순수한 기량만으로도 탑급으로 평가받았다. 그간 수많은 국제 경기에서 외국의 장신 3번에게 당한 기억이 많던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도 최준용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진화형 선수였던 최준용은 단순히 장신 스윙맨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되고 점프력에 수비센스, 리바운드 감각까지 좋은지라 4번 포지션도 얼마든지 소화해냈다. 거기에 더해 볼 핸들링이 좋고 시야, 패싱센스에서도 자질을 보여 가드 포지션에서 뛰어도 어색함이 없었다. 그냥 가드도 아닌 포인트 가드가 가능했다. 역대로 따져도 이런 재능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기술적으로 비슷한 선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최준용처럼 빅맨급 신장까지 갖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지나친 마이웨이 성향과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멘탈이었다. 바닥에 넘어진 선배 강병현을 향해 공을 던질 듯한 제스처로 신경전을 유발한 것을 비롯 경기 참패 후 상대팀 선수와의 친목(?), 거기에 더해 오해를 살만한 본인의 행동을 지적하는 이들에게는 쿨하게 넘어가자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상대팀이나 선수에게서 나오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격한 싸움도 불사하는 등의 내로남불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팬들을 실망시킨 것을 비롯 팀에도 큰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자신의 악동 캐릭터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이들과 달리 그런 이미지로 보이기 싫은 최준용은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적극적을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지만 한번 고정된 악동 콘셉트는 지금까지도 쉬이 씻어지고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21~22시즌은 최준용 농구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소속팀 SK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것을 비롯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김선형이 가져갔지만 최준용에게 돌아가도 전혀 이상하지않았을 정도로 막판까지 펄펄 날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국가대표팀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예전에 비해 빅맨자원이 약해졌다는 혹평 속에서 장신 포워드진을 이끌어간 것을 비롯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앞선, 뒷선의 균형을 잡아주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줬다. 재능만 넘치는 배드보이에서 국내 최고의 선수중 한명으로 자리잡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 전력 중 한명인 안영준이 군입대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됐지만 시즌전 SK는 여전한 우승후보로 불렸다. 아쉽게도 그런 예상과 달리 현재 SK는 2승 4패로 공동 7위에 머물며 디펜딩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여기에는 최준용이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빠져있는 이유도 크다. 때문에 SK팬들은 최준용이 돌아오는 때를 대반격의 시기로 보고 있다.
때문에 얼마전 있었던 최준용의 벤치 구역 규칙 위반 및 이를 제지하던 경기운영요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철없던 악동에서 성숙한 리더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SK팬들 사이에서도 ‘예전의 최준용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특별한 재능과 특별한 개성’사이에 놓인 최준용이 올시즌에는 어떤 쪽에 더 초점을 맞춰서 자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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