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64)밑 돼야 옳음
큰 사람(大人)은 그이(君子)다. 큰 사람은 곧 큰 나(大我)로 속알 든다. 큰 나로 속알 들어야 참나(眞我)로 이어진다. 참나는 ‘나’(我)의 입을 틀어막고 꽁무니 문을 걸어 닫음이다. 가둠(囚)이 아니라 둘러쌈(圍)이다. 제 맘(口)을 가온찍기로 돌돌 에워싸서(回) 지켜야 한다. 그래야 하늘땅이 한 속알 그대로 있다(天地合德).
참나는 들고난 적이 없다고 했듯이 에운 맘이 하늘 속알로 텅 비면 곧 저절로 ‘없고잡’(常無欲)의 나라가 된다. 원방각이 하나로 궁궁이요 무극이잖은가(○+□+△=弓弓:無極). 빈탕의 텅 빈 몸이 ‘참몸’(眞身)이다. 참몸이 지금 여기 깨 캐 난 하늘 일름(天命)의 큰긋(太極)이다. 큰긋은 또한 궁궁을을(弓弓乙乙)이다. 빈탕은 그저 비어 없는 게 아니다. 하늘 일름(天命)의 온갖 씨앗이 큰 숨으로 크게 숨 숨 숨 웋돌아 간다. 그 숨(氣)이 셋 나니 잘몬(萬物)이라는 세웃의 씨앗이다.
나라는 ‘놈’(我)은 저를 앞세워 저와 싸움질 하는, 저밖에 모르는 외고집쟁이 ‘나나’(私私)다. 나만 아는 나. 저만 아는 제나(自我). 그와 달리 나라(國)는 땅(一)에 가꾸어 세운 논밭 마을(口)을 창(戈)으로 지키고(或), 더 크게 에둘러 돌면서(□) 지킨다. 그래서 나랏집(國家)이다. 나나를 빈틈없이 에워쌌으니 입도 없고 꽁무니도 없다. 본디 참나는 나고 든 적이 없다. 범벅(混沌:帝江)에 구멍 뚫으면 죽는다.
돌돌돌 흐르는 나라(□:○)엔 싸움도 없고 나나도 없다.
나나도 조금, 싶음도 조금이 아니라 아예 텅 비었다.
빈탕이 하나다. 빈탕한데에 길(道)이 있다.
지나(支那)를 큰 나라로 본 것은 그곳이 큰 땅이기 때문이다. 큰 땅을 가졌다고 큰 사람의 큰 나라, 그이의 큰 나라는 아니다. 아사달을 하늘 사람이 연 땅이라 했듯이, 큰 나라는 크고 큰 집집 한늘이 내려 열어야 제대로다. 작게 이루되 한늘을 크게 품으라는 뜻이 거기에 있다. 저절로 큰 이가 되고, 큰 다스림을 두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늘땅사람 셋을 뚫고 솟나야 임금(王)이라 하지 않았나.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뚫려 솟난 ‘밝달겨레’의 땅이 크다. 은하를 돌아가는 태양계 우주선 지구 못돌에 사는 사람들의 속알 맘에 하늘 하나 하심의 검밝(神明)이 크게 지펴야 한다. 그래야 지구 사람들이 온통 다 밝달겨레가 된다. 너나없는 우리로 밝달 지구겨레!
다석은 “지구는 못돌(坤)이다. 먼지 하나 버리지 않고 모아서 돌아간다. 땅이 안 움직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보드랍게 움직이는지 움직이는 걸 모르도록 보들하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비행기가 지구이다. 우리는 이 우주선 비행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 새삼스럽게 우주선을 만들어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고 야단할 것 없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다. 땅에 갇힌 나라를 벗고 하늘에 속한 큰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하늘 일름(天命)의 큰 나라 뜻이 지구에 속한 작은 나라에 내려 밑 되어야 옳다.
하늘에 속한 큰 나라는 아래 흐름이요, 세상의 사타구니며, 세상의 암(牝)이지 않은가. 죽지 않는 골검(谷神)이 늘 가만가만 조용조용 있어서 수(牡)를 이기는 것이다. 가만가만가만가만가만 그렇게 가만을 많이 가지고(가많을 가지고) 아래로 흘러서 밑이 된다. 그 밑이 바탕이다. 그 밑이 등걸이다. 그 밑이 뿌리다. 그래서 그 밑뿌리 둔 것을 ‘등걸 꽃밑’(樸柢)이라 한다. 큰 것이 내리고 내려서 밑이 되어야 옳은 까닭이다.
늙은이(老子) 61월은 아래 흐름(下流)으로 큰 것이 내려 밑 되는 글이다. 앞 글월에 사람 다스림과 하늘 섬김에 아낌만 한 게 없다고 했고, 길(道)을 가지고 세상에 다다르면 그 귀신이 신통치 않다고 했다. 아낌은 그저 오직 다 주는 사랑이요, 기꺼이 다 주어 텅 빈 사랑이라 하지 않았나. 큰 나라란 것의 아래 흐름도 그와 같은 것이다. 하늘에 속한 큰 나라가 하늘 일름의 사랑으로 작은 나라에 내려쓰면 곧 작은 나라를 집고, 작은 나라의 섬김이 큰 나라에 내리면 곧 큰 나라에 드는 것이다. 글월을 살펴보자.
떠돌이가 나섰다. 떠돌이는 세상을 떠돌면서 들끓는 현실의 민낯을 보았다. 사람이 제나로 살면서 온갖 죽임의 싸움과 갈아엎음과 깨부숨과 불태움을 저질렀다. 땅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고 싸잡아 차지하려는 ‘있고잡’(常有欲)이 드셌다. 하늘의 뜻이 불탔다. 일름(命)이 온데간데없이 어지러웠다. 그 자리에서 사슴뿔 불꽃 하나를 틔워 올렸다.
떠돌이 : 중국이 크고, 미국이 크고, 러시아가 크다고? 큰 땅으로 큰 나라를 삼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야. 그래봐야 지구 못돌에 속한 땅 무늬에 불과하지. 큰 나라는 하늘에 속한 나라야. 하늘 일름(天命)이 아래로 흐르고 흘러서 모이는 곳이거든. 그러니 그곳을 세상의 사타구니라고 하는 거야. 바로 거기가 온갖 잘몬(萬物)을 내고 내면서 되고 이루는 암(牝)의 자리인 거지. 시냇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이.
떠돌이 : 암과 수에 ‘ㅎ’이 받침으로 붙었어. 하나 하늘 하심을 뜻으로 둔 ‘ㅎ’이야. 본디 암수가 하나로 있다가 쪼개져 둘이 되었으니, 다시 하나로 붙어야 씨알이 새로 나 맺혀. 그 하나의 씨앗이 암에도 있고 수에도 있는 것이지. 암이 암으로 있고, 수가 수로 있을 때는 암이 늘 가만가만가만이야. 가많을 가지고 수를 이기지. 가많을 가지고 밑이 되는 거야. 밑동은 꿈적도 하지 않아. 다함없는 밑동이거든.
떠돌이 : 하늘이 땅에 옛 조선 열고 세웠어. 그 나라는 하늘 일름(天命)을 따르는 큰 나라였지. 그렇듯이 하늘에 속한 큰 나라가 지구 못골의 작은 나라에 내리고 그 하늘 일름을 쓰면 곧 작은 나라를 집어. 작은 나라가 저절로 큰 나라를 따르거든. 작은 나라도 그래. 작은 나라일지라도 스스로를 내리면 곧 큰 나라를 집음이지. 그러므로 내려써서 집기도 하고, 내려서 집기도 하는 거야. 혹(或), 혹시(或是) 내려쓰기도 내리기도 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늘(或)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하늘 일름의 나라(國)는.
떠돌이 : 큰 나라는 남을 다 아울러 기르고 싶은데 지나지 않아. 한창 잘 되어 성히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지. 겹쳐서 친다는 건 모두 다 아울러서 기른다는 거야. 작은 나라는 저를 낮추고 남에게 들어가 섬기고 싶은데 지나지 않아. 하늘 일름을 따르는 것이거든.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둘 다 그렇게 하고 싶어 하니, 그럴 때는 큰 것이 내려 밑 되어야 옳은 거야. 자, 그럼 61월을 새로 새겨 볼까.
https://www.khan.co.kr/culture/scholarship-heritage/article/202210270700011
https://www.khan.co.kr/culture/scholarship-heritage/article/202205201512001
■김종길은
다석철학 연구자다. 1995년 봄, 박영호 선생의 신문 연재 글에서 다석 류영모를 처음 만났는데, 그날 그 자리에서 ‘몸맘얼’의 참 스승으로 모셨다. 다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민중신학과 우리 옛 사상, 근대 민족 종교사상, 인도철학, 서구철학을 좇았다. 지금은 그것들이 모두 뜨거운 한 솥 잡곡밥이다. 함석헌, 김흥호, 박영호, 정양모, 김흡영, 박재순, 이정배, 심중식, 이기상, 김원호 님의 글과 말로 ‘정신줄’ 잡았고, 지금은 다석 스승이 쓰신 <다석일지>의 ‘늙은이’로 사상의 얼개를 그리는 중이다.
■닝겔은
그림책 작가다. 본명은 김종민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소 찾는 아이>, <섬집 아기>, <워낭소리>, <출동 119! 우리가 간다>, <사탕이 녹을 때까지> 등을 작업했다. 시의 문장처럼 사유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다.
김종길 다석철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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