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못지 않은 야구열(熱)' 말이 아닌 진짜 관심 필요![여자야구 현주소⑥]
황혜정 2022. 11. 3. 07:41
KBO리그 4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선수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0년 동안,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아이가 야구를 더 잘했으면 해서 이사도 가고, 멀리 훈련가면 따라가 숙박도 함께 합니다.”
2022년 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장윤서(18)양의 아버지 장일식(48)씨는 딸의 운동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하는 ‘야구 대디’다.
2022년 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장윤서(18)양의 아버지 장일식(48)씨는 딸의 운동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하는 ‘야구 대디’다.
윤서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오빠를 따라 리틀 야구단에 입단하면서부터다. 장 씨는 “처음에는 윤서가 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야구부 감독님이 윤서가 왼손잡이니까 ‘한 번 해봐라’ 권유를 하셔서 시작하게 됐다”며 웃었다.
윤서와 가족은 전라북도 군산시에 살아 군산 리틀 야구단에 다녔다. 그러다 윤서가 성장하자 이사를 갔다. 장 씨는 “윤서 엄마가 규모가 더 큰 익산 리틀 야구단에 가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배우자 해서 이사와 전학을 갔다. 그때 야구를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에는 야구 경기장이 2020년 기준, 전국에 총 32개가 있다(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이 중 경기도에 20개, 인천에 5개가 있다. 야구인들은 적은 야구장을 찾아다니느라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한다. 윤서와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
장 씨는 “국가대표 훈련을 가는 데 훈련이 원거리에서 하다 보니까 지방으로 이동하는데 체력적인 부담은 있다”며 “원거리로 훈련을 가다보면 숙소가 문제인데, 부모들이 와서 함께 잔다. 나와 윤서 엄마는 아이 훈련이 끝날때가지 기다리고 숙박도 함께 한다.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긴 하지만 야구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씨가 생업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내 한 명문 대학에서 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자녀의 야구를 보조하는 일과 병행하는게 힘들지는 않을까.
장 씨는 “나는 이렇게 나와서 밖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뛰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즐겁다. 아이들이 힘들면 힘들지 우리 부모들은 주말에 와서 아이들 이렇게 웃고 자기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더 큰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미소지었다.
자녀의 야구를 위해 한달에 투자하는 비용이 꽤 된다. 팀 운영 단체에 15만원을 내고, 나머지 15만원은 선수들 간식비용이다. 여기에 숙박 비용 등등이 추가된다. 장 씨는 “선수들이 자라나는 청소년이다 보니 치킨, 피자를 좋아한다. 거기에 운동 끝나고 먹다보니 정말 많이 먹는다”며 웃었다.
우리나라엔 현재까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여학생을 위한 야구부가 없다. 이에 고등학교 2학년인 윤서는 야구 국가대표지만 평범한 학생들처럼 학업에 매진하고 주말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장 씨는 “윤서가 야구 때문에 힘들어 하기 보다는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소화가 잘 안 된다 하더라”며 우려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두 가지 다 놓칠 걱정도 있다. 장 씨는 “운동을 하다보니 학업량이 조금 부족한 게 우려스럽긴 하다. 그래도 공부도 잘 하는 친구들이 야구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 야구 시스템 속에서 아쉽지만 본인들이 극복을 해야 할 과제같다”고 했다.
윤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대회가 전면 취소되며 국제무대 데뷔는 연기됐다.
장 씨는 “국제대회가 개최됐다면 윤서가 야구를 하는데 더 동기부여가 됐을텐데 아쉽다”면서도 “최근 들어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리틀 야구단을 통해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닦아온 친구들이다. 현재 대표팀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 국제대회 기회가 오는 날, 이 친구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게 입소문이 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추운 날, 울면서도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 운동장을 몇 바퀴씩 뛰는 어린 선수들을 보며 장 씨는 뭉클해진다.
그는 “말로만 어린 선수들에게 ‘한국 여자 야구 미래’라고 하지 말고 진정한 관심을 가져주고 애정을 쏟아준다면 이 선수들이 분명히 20살, 성인이 되어 정말로 대한민국 여자 야구에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선수들도, 부모들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애쓰고 분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포츠서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尹 대통령 멘토 자처' 천공, 이태원 참사에 "엄청난 기회 온 것" 발언 파문
- '추성훈♥' 야노 시호, 日에 있는 럭셔리 하우스 공개.. 로봇 청소기 열심히 청소 중
- 서유리 "용산 아파트 날려…사기 당한 것 같다" 피해 사실 고백[종합]
- 노현희, 애도 강요 논란에 해명 "아픔 모른 체 하는 게 속상해"[종합]
- '음주운전 자숙' 김새론, SNS에 올렸다가 '빛삭'한 게시물 무엇?
- 충격적인 결과…손흥민 '안와골절 판정' 수술대 오른다 '월드컵 불투명'
- [포토]'SSG전 앞둔 한화 최원호 감독'
- 전북도체육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이달에도 체육행사 풍성하게 진행
- 완주 웰니스축제, 첫날부터 성황...건강과 힐링이 주는 행복의 가치 일깨워
- 전주시, ‘2023 아동정책참여단 발대식’ 개최... 대학생 멘토와 함께하는 의견 제안 등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