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무색…지능형 CCTV·디지털트윈 기술 있어도 참사 못 막았다
전문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투자가 관건"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능형 폐쇄회로(CC)TV, 디지털트윈 등 재난·재해를 예방하는 기술이 존재하지만, 추진력 및 투자 부족으로 상용화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 디지털트윈 등 정보통신기술로 재난·재해를 막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능형 CCTV란 사람, 사물 등을 식별하고 상황을 자동 분석해 관제 요원에게 알려주는 CCTV를 말한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사물을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구현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제, 분석, 예측 등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8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지능형 CCTV 인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CCTV의 성능을 시험하고 인증하는 사업으로 직접적인 기술 개발 및 고도화와는 무관하다. 해당 사업에는 올해 기준으로 약 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지방자지단체에서도 지능형 CCTV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성능 고도화보다도 설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부터 지능형 CCTV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거기다 올해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감액됐다. 지난해 관련 사업 예산은 약 35억원이었으나 올해 21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의원발 예산이 없었다"며 "작년에도 당초 21억원으로 잡혔지만 의원님들이 추가로 잡아주셔서 35억원이 편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과기정통부는 재난 안전 관리를 위해 디지털트윈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에는 3개 실증 사업과 15개 세부 과제에 본격 착수했다. 투입되는 예산은 약 260억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약 65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 중에서 도심의 인구 밀집도나 유동량을 분석하는 실증 사업은 없다. 실증 사업의 목록은 △유역 물 관리 △항만 물류 시스템 구축 △지하 배관 안전 관리 △풍력발전기 유지·관리 △침수 대응 △공공시설물 안전 관리 등이다.
지난 8월에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약 2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기술로 재해를 막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도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유동량을 파악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사업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에는 홍수·산불 등 자연재해와 산업재해 등을 예방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이태원 참사 후속 조치로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재난 예방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지능형 CCTV의 연구 개발(R&D)과 관련해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과제를 수행 중이다. 위험 상황을 감지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영상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다.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13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으며 올해 38억원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막을 기술은 충분했다며 문제는 상용화의 여부와 돈이라고 지적했다. CCTV 영상 정보와 위기 대응 시스템에 관한 논문의 저자 김기봉 대전보건대학교 컴퓨터정보과 교수는 "현재 설치된 CCTV는 사고를 미리 예상하고 대응하는 프로그램이 안 들어가 있다"며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재난을 예방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필요한 건 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적으로 '트레시홀드'(threshold 임계값)를 얼만큼 주느냐에 따라서 밀집도를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투자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IoT를 활용한 재난 안전 예측 등에 관해 연구한 강희조 목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또한 "연구상에서는 가능한데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는 지능형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공공에서 상용화되려면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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