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북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포탄 공급···중동·아프리카 보내는 척 위장”

김혜리 기자 2022. 11. 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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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 AFP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공급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중동·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것으로 위장해 상당량의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상당량의 포탄을 은닉해서 제공했다는 정보를 받았다”면서 “(북한이) 중동 혹은 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으로 실제 목적지를 숨겼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함께 이란도 러시아에 추가 무기를 제공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의 종류와 규모, 구체적인 경유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적지 않은 양의 포탄이지만 이것으로 전쟁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믿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들이 실제로 러시아에 전달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에서 추가로 책임을 묻는 조치가 가능할지 논의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국 정보 당국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백만개의 로켓과 포탄을 구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을 요청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은 당시 “우리는 과거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유엔에서의 추가 제재까지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공급에 모든 수단을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에도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들과 관련해선 기존 제재가 존재하며 추가 대응 수단도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모든 책임 있는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구속력 있는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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