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타이완 “2035년 한국 제치고 우리가 ‘이것’ 꼴등”

조성원 2022. 11.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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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산부인과에서 막 태어난 영아 (사진: 타이완+ TV 캡처)


타이완 국가발전위원회가 최근 인구 보고서를 냈습니다. 타이완 매체들도 일제히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핵심은 타이완의 출산율이 2035년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저가 된다는 것입니다.

■ 타이완 "2035년 한국 제치고 출산율 세계 꼴등"

국가발전위원회는 합계출산율(TFR)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가 0.89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향후 소폭 상승해 2035년 합계출산율이 1.12에 이르지만 이때 1.18이 될 한국보다 낮아 세계 최저 수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타이완의 합계출산율이 2035년 한국, 일본보다 낮은 1.12를 기록한다는 내용의 타이완 뉴스 화면(사진: 타이완+ TV 캡처)


특히 현재 70% 수준인 1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가 2060년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일손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노년 세대 등 가족을 부양하는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 시장과 사회 보장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예컨대 고령자 대비 노동 연령 인구 비율을 보면 올해 타이완의 고령자 한명당 노동 연령 인구는 4명입니다. 그런데 2070년에는 고령자 한명당 노동 연령 인구가 1.1명에 불과할 전망입니다.

■ 출산율 저하, 경제적 요인 중요...호랑이 해 출산 꺼리는 미신도 영향

슈에청타이 타이완 국립대 교수는 타이완+ 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경제적 요인을 강조했습니다. "경제적 요인들이 중요하죠. 젊은이들이 봉급만으로 저축하기가 힘들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이완도 결혼과 출산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결혼율이 떨어지면 출산율도 떨어지죠. 타이완은 한국보다 결혼율이 더 빨리 떨어지고 있어요."

2035년 타이완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 된다는 뉴스 보도 (사진: 타이완+ TV 캡처)


국가발전위원회 보고서는 이같은 경제적 요인 외에 문화적 측면도 지적합니다. 호랑이 해에 출산하면 불길하다는 미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범띠 해였던 2010년 타이완의 합계출산율은 0.90으로 당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타이완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1로 반등했지만 2020년 0.99, 2021년 0.98로 다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타이완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쿵밍신 국가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출산 보조 관련 예산을 미화 30억 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난임 가정과 자녀 양육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된 지원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타이완, 출산 지원 예산 증액..."향후 10년간 외국인 노동자 40만 명 유치"

노동 인력 확보에도 나섰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 8월 향후 10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4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쿵밍신 위원장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를 지적하며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타이완은 지능형 기계, 아시아 실리콘 밸리 창출, 생의학, 녹색 에너지, 국방, 현대 농업, 순환 경제 등 7개 산업 분야 인력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산율 제고 대책과 외국인 노동자 유치 계획 등을 발표한 쿵신밍 타이완 국가발전위원회 위원장


타이완 인근 동남아 등지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40만명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기준 타이완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75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급격한 변화인 점만은 분명합니다. 급격히 늘어날 외국인 노동자들을 타이완 사회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쿵 위원장이 밝힌 7개 분야 인력은 사실 일정 수준의 국가라면 어디서든 환영하는 인재인만큼 대규모 유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 타이완 국가발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타이완의 인구 정책이 한국을 주요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워낙 낮기도 하지만, 고령화 등 인구 특성과 산업 성숙도가 타이완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인구 보고서는 타이완의 1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 비율이 2056년에 이르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아진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한국보다는 약간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보고서를 보며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인구 대국' 중국도 인구 고민...저출산은 양안 모두의 현안

다른 한편 중국과 타이완 즉 양안이 출산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도 '인구 절벽'이란 말이 나오며 인구 세계 1위 자리를 인도에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해 자녀 둘을 가질 수 있도록 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 자녀 인정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인구 대국 중국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고민 중이다. 노동절 연휴 베이징 인근 만리장성에 몰린 관광객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올해 8월에는 17개 부서 합동으로 범정부 차원의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놨습니다. 임산부 서비스 강화, 출산 휴가 등 일과 가정 양립 정책 장려, 사회 보험 개선, 주택 구입 혜택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곧바로 중국 청년 세대의 결혼과 출산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과 개인적 삶을 즐기려는 경향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봉쇄 위주의 강경한 코로나19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변수입니다. 경기 하강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편과 우려가 결혼율, 출산율을 높이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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