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아들 품고, 금수저로 부모 바꾸고…사회상 담은 드라마
"드라마는 우리 사회 문제 곱씹는 거울…달라진 사회 시선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엄격하게 법도를 따지는 궁궐에서 남몰래 여장을 즐기는 왕자, 부잣집 친구와 운명을 바꿔 준다는 금수저, 살인사건에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개인 방송.
3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드라마들이 과거와 달리 변화된 사회 분위기나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김혜수 주연의 tvN 퓨전사극 '슈룹'은 성 소수자인 왕자를 인정한 모성애를 그려 화제를 모았다. 과거에도 사극에 성 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간접적으로 묘한 분위기만 드러내거나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슈룹'에서는 국모인 중전 화령(김혜수 분)이 여장이 취미인 계성대군(유선호)의 성 정체성을 어미로서 감싸 안는 모습이 그려졌다. 화령은 계성대군에게 여장한 모습을 그린 초상화와 비녀를 선물하며 그를 위로했다.
극 중 "저 녀석의 마음을 생각해봤어. 넘어서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난 외면하지 못하겠더라, 엄마니까"라는 화령의 대사는 성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했다는 평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과거 사극에서는 이런 사람(성 소수자)이 등장하면 (극의 설정상) 죽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모습을 그린다"면서 "이는 달라진 사회적 시선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MBC TV 금토드라마 '금수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우리 부모가 부자라면'이라는 희망 사항을 판타지로 다룬다. 인기 웹툰 원작으로 신비한 힘을 지닌 금수저로 부잣집에 가서 밥을 세 번 먹으면 부모가 바뀐다는 설정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승천(육성재)은 도신그룹의 후계자 황태용(이종원)과 운명을 바꾼다. 이승천은 부모를 져버렸다는 비난에 "만약에 부모를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금수저가 될 수 있다면 그땐 너도 틀림없이 부모를 버릴걸? 돈 없는 부모를 좋아한다는 건 다 위선이고 거짓말이야"라고 변명한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금같이 계급 나뉜 사회에서는 누구나 '금수저'가 되고 싶은 꿈을 꾼다"며 "현실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희망을 판타지를 통해 해소한 드라마로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tvN 수목드라마 '월수금화목토'는 각각의 이유로 비혼을 택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주인공을 내세우고, JTBC 주말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살인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개인방송 스트리머들을 그렸다.
'월수금화목토'에서 최상은(박민영 분)은 자신을 '싱글라이프 헬퍼'라고 칭하며 고객의 완벽한 비혼 생활 영위를 위한 도우미를 자처한다.
그의 고객들은 비혼을 꿈꾸지만, 주변의 압박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또는 비혼으로 얻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최상은을 찾는다.
고객들은 "명절만 되면 살이 빠진다", "나 같은 독신은 어떻게 25년 동안 낸 축의금을 회수하냐", "회장님이 사업 얘기를 부부 동반 모임에서만 하신다"며 비혼으로 겪은 고충을 토로한다.
'디 엠파이어'에서는 살해된 피해자의 연인인 한강백(권지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개인 방송 스트리머들의 선동을 그렸다.
스트리머들은 한강백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증거가 있는 것처럼 "자기 여자친구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는데 느긋하게 학교에 다닌다", "양다리였는데 피해자가 매달려서 죽인 거 아니냐"며 여론을 몰고 간다.
그러다 윤구령(김균하)이 한강백보다 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자 "처음부터 학생들은 오늘 체포된 윤구령을 의심했다고 한다", "눈빛만 봐도 소름 끼치더라. 이럴 줄 알았다", "이건 치정이 아니라 사이코패스의 소행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마치 처음부터 한강백의 결백을 믿었다는 것처럼 떠든다.
이처럼 드라마에 사회상이 반영되면서 시청자들은 가상의 이야기에 좀 더 쉽게 몰입하게 만들고, 관련 이슈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회 문제를 드라마 소재로 쓴다는 것은 드라마를 판타지로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삶 속의 문제를 곱씹는 거울로 여기는 것"이라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도 더 동하고 느끼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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