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러시아에 포탄 제공…추가제재 검토" 北은 '부인'

NSC "화물 '중동·북아프리카'행으로 위장해 제공"…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안도 논의할 듯

2019년 4월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시크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수의 포탄'을 제공했다며, 북한은 화물의 목적지를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러시아에 군사 무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들이 실제로 러시아에 전달되는지 지켜보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에서 추가로 책임을 묻는 조치가 가능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군사 지원에 맞서 사용할 수 있는 추가 도구와 권한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했을 때처럼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이란과 북한)과 관련해선 기존 제재가 존재하며 추가적 대응 수단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이란 무인기(드론)를 러시아로 수송하기 위해 군용 비행을 조정한 혐의를 받는 이란 기업과 이란 드론 생산과 관여된 이란 기업 3곳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모든 책임 있는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9월 "심각한 군사 무기 공급난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수백만 개의 로켓과 포탄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무기를 은밀히 보내는 정황을 미국이 확인했고, 추가 제재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CNN에 보낸 성명에서 "지난 9월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탄약 제공 의도를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보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얼마나 많은 무기를 공급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CNN은 정보당국을 인용해 미 행정부의 이번 발표에 러시아가 부족한 군사 무기 비축량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앞서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드론 제공 사실을 발표할 때도 러시아의 군사 무기 부족 사태를 강조했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발사하는 등 4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25발가량 연이어 발사한 것에 대해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잠재적인 추가 도발을 여전히 우려한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이달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방문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양자 또는 3자 협의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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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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