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농구의 이방인’ 양재민은 왜 도전을 멈추지 않을까? [서정환의 사자후①]
[OSEN=우츠노미야(일본), 서정환 기자] 얼굴은 왕자님인데 걸어온 길은 마치 잡초처럼 파란만장하다. 그는 남들이 다 가는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일본프로농구 B리그에서 뛰는 양재민(23, 우츠노미야 브렉스) 이야기다.
양재민은 2015 FIBA U16 아시아청소년농구대회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수상한 초특급 유망주다. 2M의 장신포워드라는 이점까지 더해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무대서 재능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때부터 양재민은 더 높은 곳을 갈망했다. 그는 고교시절 스페인으로 홀연히 농구유학을 떠났다. 이강인, 이승우 등의 사례가 있는 축구에서는 스페인 유학이 흔한 일이지만 농구에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이후 연세대에 진학한 그는 1학년도 마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캔자스주의 조용한 시골에 있는 니오쇼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했다. ‘슈퍼맨’과 ‘오즈의 마법사’로 유명한 캔자스주는 미국사람들도 옥수수 밭과 소떼밖에 없다고 놀리는 곳이다. 한국식당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서 양재민은 몸으로 부딪쳐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NJCAA(전미전문대학체육협회)에서 2년간 활약해 NCAA 디비전1 학교로 편입을 준비했다. 2학년을 마친 양재민은 D1의 여러 학교에서 입학제의를 받아 꿈을 이루기 직전이었다.
이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에 일본프로농구서 아시아쿼터제도가 도입됐다.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가 손을 내밀었다. 양재민은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해외리그서 처음 프로경력을 시작한 양재민은 또 다시 밑바닥부터 출발했다. 신슈와 2년 계약이 끝났을 때는 리그에서 인정받는 장신포워드로 자리를 잡았다.
비시즌 FA자격을 얻어 KBL 드래프트 참가를 고민할 때 B리그 챔피언팀 우츠노미야 브렉스가 양재민을 원하며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늘 그렇듯이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레임을 선택했다. 이제 양재민은 일본챔피언팀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OSEN에서 일본 현지취재를 통해 양재민과 만났다. 양재민은 “한국언론사가 일본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Q: 일본에서는 주말에 같은 팀과 연전을 치른다. 수요일에도 경기가 있는데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나?
원래 토요일, 일요일에 경기를 하고 수요일에는 경기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원래 우리팀은 (일본 챔피언팀이라) 동아시아슈퍼리그를 하는 거였는데 (대회가) 취소됐다. 그래서 당분간 수요일 경기가 없다. 주중에 운동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사이클이다. 그래서 시즌이 길다.
Q: 어린 시절부터 항상 해외에서 어려운 도전을 해온 이유는?
이유가 명확해서 해외에서 뛰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스페인에 가서 뛰고 경험한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스페인에 처음 가서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낯선 경험들이 날 더 제대로 성장시킨다고 생각했다. 세계관도 넓어진다고 느꼈다.
미국은 농구선수로서 영어를 익히고 싶어서 나갔다. 이 선택을 했을 때 좀 더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결정하다 보니 계속 해외에 나와 있는 것 같다. 하하.
Q: NCAA 디비전1 학교 진학이 불발된 이유는?
디비전1 학교에서 캠퍼스 방문일정까지 나온 상태였다. 그런데 코로나사태가 터지고 NCAA에서 학교방문을 다 금지를 시켰고, 일단 한국에 들어왔다. 나중에 일본에서 아시아쿼터제도가 처음 생겼다. 에이전트에게 한 번 도전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본에 왔다.
Q: 신슈에서 2년을 뛰고 올해 KBL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몇몇 구단에서는 양재민이 드래프트에 나올 경우 무조건 1순위로 뽑겠다는 내부 방침도 세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KBL에서 뛰려고 했다. 3,4월에 동기들도 (KBL에) 들어가니까 나도 들어가려고 했다. 신슈에서 2년간 좋은 경험을 했으니 KBL에서도 제대로 부딪쳐볼 실력이 됐다고 판단했다. 한국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B리그) 시즌이 끝나는 순간 제 생각보다 여러 (일본)팀에서 관심을 가져 주셨다. 신슈에서 2년 뛰면서 (일본의) 외부에서 관계자들이 보기에 내가 인정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제가 충분히 못 뛰었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좋게 평가를 하셨다. 제가 일본에서 2년간 열심히 했고, 그것을 좋게 평가해준 팀에 가서 더 해보자고 생각했다. (2편에서 계속) / jasonseo34@osen.co.kr
[사진] 브렉스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