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VS 대우건설, 한남2구역 누가 잡을까?
대우건설 "롯데 혁신설계, 사전 검토 부족…막대한 사업지연·추가부담금 예고"
올해 서울 재개발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이 오는 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수주전에 뛰어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조합에 차별화된 설계와 역대급 이주비 등을 제시한 상태다.
3일 뉴시스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천원궁 천승교회에서 한남2구역 시공사 합동설명회가 열렸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출동해 조합원들을 향해 큰 절을 하는 등 현장 열기가 뜨거웠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 11만여㎡의 부지를 재개발해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3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이다. 약 58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인 3구역이나, 평지에서 한강조망이 가능한 5구역 등과 비교해 사업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태원역이 가까워 대중교통과 주변 상권 이용이 수월하고, 단지 내에 보광초등학교가 있어 '초품아'로서의 장점이 있다.
한남뉴타운은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사업지인 만큼 대우와 롯데 간 막바지 경쟁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설명회에서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는 "조합 필요 사업비 전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10억원 이주비 등 제안 드린 모든 사업조건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한남2구역을 호텔보다 더 좋은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완성하겠다"며 "재개발 역사상 다시 없을 사업조건과 해외 거장들이 참여하는 명품설계로 한남 르엘 팔라티노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의 조건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파격적인 이주비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기본 이주비 법정한도인 LTV 40% 외에 추가이주비 110%를 지원해 150%의 이주비를 책임지고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감정평가액이 적은 조합원도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최저 10억원을 보장한다.
설계에서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와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등 랜드마크 프로젝트 건축설계를 수행한 글로벌 건축디자인그룹 'JERDE',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 크리스 리드가 이끄는 세계적인 명성의 조경설계사 'STOSS' 등이 참여한다.
롯데건설은 호텔식 커뮤니티, 하이엔드 마감재 등을 제안했다. 힐튼·메리어트·포시즌 등 세계적 호텔을 전문적으로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 HBA,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와 타워팰리스, 웨스틴조선 등의 인테리어를 설계한 건축가 최시영 등과 협업한다. 유통대기업의 강점을 살려 수익성 높은 명품 상업시설도 제안했다.
사업조건으로는 ▲분담금 100% 입주 4년 후 납부(금융비용 롯데건설 부담) ▲4대 은행과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협약 완료 ▲한남뉴타운 내 최저금리 및 이주비와 사업비 총 4조원 책임조달 보장 ▲공사비 이자로 인한 추가부담 없는 분양수익금 내 기성불 ▲노후주택 및 상가 유지보수비 7000만원 지급 등을 내걸었다.
한남2구역은 인근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90m의 고도제한을 받고 있는데,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층수를 어떻게 높일지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백 대표는 "확약서를 통해 약속드린 바와 같이 118프로젝트를 대표이사인 제가 하나하나 챙겨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제가 직접 진두지휘한 123층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노하우를 토대로 조합원의 오랜 염원인 높이 제한 인허가를 반드시 풀어내겠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말하는 '118프로젝트'는 최고 층수 14층인 원안설계보다 7층을 높여 21층으로 짓는 것이 핵심이다. 원안설계의 ㄷ·ㄹ·ㅁ 형 주동 배치를 전면 수정해 건폐율을 32%에서 23%로 낮췄다. 대우건설은 이 같은 설계가 불가능할 경우 시공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조합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118프로젝트를 내세워 홍보하자 롯데건설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118m의 설계를 제시한 것은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조합원들의 최종 선택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지면서 비방전도 벌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롯데의 90m의 혁신설계는 최대용적률, 정비계획 대지면적, 도시계획도로에 대한 사전 검토 부족으로 막대한 사업지연과 추가부담금을 예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롯데건설은 "대우는 기성불(공사대금이 부족해도 공사비와 연체료까지 받아가는 방식)을 한남2구역에 제시했는데, 이는 과천5구역보다 못한 조건"이라며 "흑석11구역에서 추가 이주비 지급 약속을 못 지켰고, 추가 이주비 집행 사업장이 전무한데 LTV 150%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한편 대우건설 관계자는 3일 오전 세계일보에 "추가 이주비 집행 사업장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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