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바이오텍 첫 코스닥 상장 추진…'LG화학에 기술이전' 벨기에社
한국 증권시장서 자금 조달 계획…상장 주간사 미래에셋증권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벨기에에 본사를 둔 피디씨라인파마(PDC*line Pharma)가 유럽 바이오기업 최초로 우리나라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지난 2019년 LG화학과 체결했던 기술이전(라이선싱 아웃) 계약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 회사는 기술특례 상장절차를 통해 2023년 하반기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2024년 코스닥 무대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주간사를 맡는다.
피디씨라인파마는 면역 항암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자사의 고유 기술인 '플라즈마사이토이드 수지상세포주(PDC)'로 만든 항암백신 후보물질은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암을 공격하는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기존 면역 항암요법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혁신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피디씨라인파마가 자금조달 시장으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국내기업과 거래했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에릭 알리워(Eric Halioua) 피디씨라인파마 대표는 "LG화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커졌다"고 말했다.
피디씨라인파마는 2019년 3월 LG화학과 자사의 신약물질을 LG화학에 기술이전(라이선싱)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LG화학은 '비소세포폐암 항암백신 물질(PDC*lung)'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한국 전용실시권과 기타 아시아국가 독점권리를 획득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총 1억800만유로(약 1515억원)이다. 아시아 시장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등과도 인연을 맺었다. 피디씨라인파마는 현재까지 벨기에 국부펀드 SPFI를 포함해 여러 투자자로부터 5200만유로(약 729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중 2019년 리드 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를 포함해 신한금융지주, UTC인베스트먼트 등이 벨기에 투자자들과 함께 시리즈B1에 참여해 총 2000만유로를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완료된 1750만유로 규모의 시리즈B2에는 알파홀딩스, 브레인자산운용, 한송네오텍이 투자에 참여했다.
◇PDC 활용, 면역 T세포의 암 공격력 키워
피디씨라인파마는 2000년 1월에 설립된 프랑스 혈액은행(French Blood Bank, EFS)의 연구를 토대로 2014년 설립됐다. 본사는 벨기에 리에주, 연구소는 프랑스 그레노블에 위치한다. PDC를 활용한 항암백신 플랫폼 기술(PDC*vac)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수십년 연구개발(R&D) 경험을 가진 32명의 직원들이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EFS의 연구개발 총 책임자인 조엘 플뤼마 박사(Dr. Joel Plumas)는 2000년 프랑스의 한 백혈병 환자의 혈액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매우 드문 타입의 수지상 세포에서 암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수지상 세포는 원래 체내 세포가 아닌 외부에서 뭔가가 들어오면 이를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 T세포에 해당 항원을 제시하는 체내 순찰·감시자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에서 강력한 방어선 중 하나인 셈이다.
이 항원을 인지하면 비활성 상태였던 T세포가 활력을 찾는다. 그러면서 수지상세포가 제시하는 항원이 있는 세포를 제거하러 나선다.
같은 원리로 수지상 세포가 원래 체내에 없던 암세포를 항원으로 제시하면 T세포가 이 암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피디씨라인파마는 이 원리를 이용해 PDC에 항원(암)을 탑재한 차세대 항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용기전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비슷하다.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것을 막아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을 사멸시킬 수 있도록 돕고, T세포가 암을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게 한다.
피디씨라인파마의 수지상 세포 PDC는 보통의 인체 수지상 세포에 비해 뛰어난 항원 특이적 'CD8+ T세포' 활성화 및 증식 효능을 보이는 등 매우 특이한 성질을 가졌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 등 항원에 더 공격을 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플뤼마 박사는 PDC를 계속 배양 가능한 불멸의 세포주(PDC*line)를 얻는 데 성공했다.
◇'오프더쉘프'로 대량생산·동결 유통 가능
피디씨라인파마의 PDC는 최초의 동종 수지상세포 치료물질로서 대량생산과 동결 유통이 가능한 '오프더셸프(off-the-shelf)' 물질이란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수지상세포 기반의 항암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맞춤형 제작을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피디씨라인파마의 기술은 이미 갖춰진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수준의 '마스터 세포은행'에서 배양한 세포에 특정 항원(암)에 해당하는 단백질 조각(펩타이드)를 적용해 여러 환자에게 투여하기 때문에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는다. 즉 바로 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투약(오프더셸프)하는 기성품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제조공정으로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디씨라인파마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폐암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그중 'PDC*lung01'은 현재 유럽에서 폐암환자 64명을 대상으로 단독 및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병용에 대한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지난 9월 유럽암학회(ESMO)에서 임상1상 결과가 발표됐다. 폐암 환자에게 PDC*lung01을 접종한 결과 단독요법 및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됐다. 또 면역학적 활성 및 우수한 종양반응이 확인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지난 2017년 흑색종(Melanoma)에 대한 파이프라인 PDC*mel의 임상1b상(1상 후기)에서도 전신치료 실패 및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말기 전이성 흑색종 환자 9명에게 3회 투여 후 48주간 추적조사한 결과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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