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4번째 '자이언트 스텝'...파월 "금리 더 높아질 것, 갈길 남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강경한 발언을 통해 당분간 '매파적' 행보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다음 대목이다. 연준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 누적,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지연, 그리고 경제와 금융발전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다음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의 전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발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12월 금리인상폭을 0.5%포인트로 축소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어 연준은 "지난 5월 내놓은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에 따라 재무부 국채 및 기관 채권, 모기지증권 보유량을 계속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움직임에 대해 "위원회는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할 경우 통화정책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공중 보건, 노동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전망, 금융 및 국제 상황 등 광범위한 정보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이 11월 7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금리인상 이후 더 작은 폭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펼친 프론트 로딩은 본질적으로 끝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인상은 훨씬 더 높아진 자본비용과 경제 악재들과 관련해 우리가 처한 새로운 경제 환경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것은 연준이 우리에게 금리인상 속도 둔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강경한 발언들을 내놓으며 금리인상 종식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회의 이후 나온 데이터는 궁극적인 수준의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 FOMC 회의 후 연준은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4.4%, 2023년에는 4.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제시했던 전망치 3.4%, 3.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가 2024년 3.9%, 2025년 2.9%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빠르면 다음 회의(12월)나 그 다음 회의가 될 지도 모르는데,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직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파월 의장의 발언을 접한 후 급락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을 포함하는 덜 제한적인 정책을 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페더레이션 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바로네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인상 폭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신 인상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악마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베스코의 롭 왈드너 최고채권전략가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차 뒷자리에서 앉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냐고 묻는 아이라고 가정했을 때, 운전석의 아빠가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있다고 말한다면 우린 안전벨트를 매야하는 것과 같다"며 "나는 이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제 월가의 시선은 12월 FOMC 회의를 향한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금리 인상이 곧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인상속도 감속' 여부다. 이날 선물시장은 12월 금리 인상폭이 또다시 75bp를 기록할 지, 50bp로 축소될 지를 놓고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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