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극우 손잡고 재집권 유력… 중동정세 격랑 예고

유태영 2022. 11.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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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 우파블록 승리
출구조사서 과반의석… “거국내각 구성”
2021년 6월 실각 후 1년6개월 만에 부활
아랍계 추방·팔 자치권 박탈 공약 내건
벤그비르 중심 극우정당 제3당 떠올라
팔레스타인·이란 정책 더 강경해질 듯
美 “벤그비르 내각 합류 땐 관계 손상”
이란, 사우디 공격설 첩보에 긴장 고조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 돌풍이 불면서 베냐민 네타냐후(73) 전 총리의 재집권이 유력하다. 특히 미국도 극우 테러단체로 지목한 조직에서 활동한 이타마르 벤그비르(46)라는 극우 정치인이 이스라엘 정치의 중핵으로 부상하고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정세에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극우 돌풍 이끈 벤그비르 이스라엘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 독실한시오니즘당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2일(현지시간)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연합뉴스
◆극우 돌풍…대외노선 반영 가능성

지난 3년간 5번째 총선이라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1일(현지시간) 진행된 이스라엘 선거 결과는 극우 돌풍과 네타냐후 재집권으로 요약된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2일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집회에 나와 “대승에 가까워졌다”며 “결과가 출구조사와 같다면 거국적 우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전 총리 측 우파 블록은 총선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크네세트(의회) 총 120석 중 과반인 61∼6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이끄는 반네타냐후 블록의 예상 의석수는 54∼55석에 그쳤다.

네타냐후 블록은 개표율 86% 현재 출구조사 예측보다 많은 65석을 확보 중이다. 아랍계 정당 메레츠 등은 원내 진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 문턱(3.25%)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쯤 집계가 완료되면 의석수가 확정된다. 이대로라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반네타냐후 세력에 밀려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에 권좌에 복귀한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승자는 유대인의힘 대표인 벤그비르다. 유대인의힘, 나움(Naom) 등 극우 정당이 연합해 결성한 독실한시오니즘당은 14∼15석(출구조사 기준)을 확보해 원내 제3당이자 우파블록의 제2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 총선 때 얻은 6석보다 2배 이상 불린 대약진이다. 이 정당은 당명 그대로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오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벤그비르는 아랍계 시민 추방,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권 박탈, 이·팔 유혈 충돌과 관련된 군인 기소 면제 등 극단적 공약을 앞세워 일약 정권의 향배를 결정할 킹메이커가 됐다. 최근 이·팔 충돌 격화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고 유대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기는 유권자 표심이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1987년 제1차 인티파타(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경험하며 어린 시절부터 극우 사상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카흐(Kach)에 입당해 청년 조직을 이끌었다. 극단적인 사상·활동과 그로 인한 전과 때문에 입대를 못 했다. 변호사 시험도 못 치를 뻔했다. 논란 끝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뒤 극우 정치인, 활동가, 군인 등을 옹호하며 명성을 얻어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처음 의회에 입성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팔레스타인인 29명을 살해한 바루흐 골드스타인의 초상화를 최근까지 집에 걸어두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
◆이란, 사우디 공격하나

네타냐후 전 총리가 벤그비르와 손잡고 연정을 구성하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이란 정책이 초강경으로 흐르면서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압박 강화는 라이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이슬람국에는 호재일 수도 있지만 벤그비르식 극단적 시오니즘이 이스라엘 대외노선에 반영될 경우 갈등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벤그비르 측 인사가 내각에 합류하면 우리와의 관계가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일축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사우디 측이 미국에 공유했고 미국과 사우디, 중동의 이웃 국가들이 군의 위기대응태세를 격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미·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첩보에 따르면 이란은 사우디 내 에너지 기반시설과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을 공격 대상으로 계획 중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위협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에서 우리의 이익과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의 공격 감행이 이란 내에서 9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고 WSJ에 말했다.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자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했고 이후 두 나라는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특히 사우디는 1979년 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신정(神政)국가가 된 이란이 사우디 왕정도 전복하려 한다며 경계 중이다.

유태영·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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